우울증이 왔다
일도 안 하고 집에 틀어박혀 좀비처럼 지냈다.
고양이와 하루종일 자기 폭식과 절식을 반복 SNS 끊기
청소 안 하기 누워만 있기 자괴감에 절어있기 등등
그런 생활이 생각보다 길어지자 보다 못한 친구가 말했다.
'밖에 나가서 달려봐 ‘
달리다니, 가능이나 한가? 나에겐 그럴 힘이 없다는 소리를 하려고 미적대는 모양새에 쐐기를 박듯 친구는 러닝화를 보내왔다. 새 운동화의 끈을 묶고서야 최소한 신고 나가 인증샷이라도 찍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마침내 현관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왔는데, 때는 늦봄. 걷기 딱 좋은 날씨였다.
집에만 있느라 비실대는 몸에 공기를 넣으니 구부정한 어깨가 절로 펴졌다. 무작정 걷다가 주변 풍경을 둘러봤는데 햇볕과 바람,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자연의 색이 계절과 시간의 흐름이 느껴졌다.
내 방안은 시간이 멈춘 채였는데 말이다.
그날 공원에서 나는 오랜만에 다른 사람들처럼 하루를 살아냈다는 기분을 느꼈다.
다음날부터 걷기를 계속하자 얼마 뒤 나는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살다 보면 종종 불안과 우울의 상자에 갇히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나가서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당장 걸으러 나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