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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지켜주셔서 감사했습니다.

by 소망이

어제 저희 반에 한 학생이 전학을 갔습니다.

집이 멀어 기숙사에 사는 것이 안쓰러웠는데 동네에 있는 학교로 가게 돼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집밥을 먹으며, 엄마와 하루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까요.


늘 미소 짓고, 예의 바르고, 따뜻한 학생인데 대한민국의 많은 고등학생들처럼 이 학생도 마음이 많이 무겁고 힘든 학생이었습니다.

거기다 착하기까지 해서 자신이 힘들어도, 지쳐도 그래도 함께 있는 친구들에게는 늘 매너를 지키고, 미소를 유지하는 그런 학생~


읽기만 하셔도 많이 안쓰러우시지요?


저도 그런 마음으로 그동안 이 학생과 여러 번 만나고 학생의 어머니와도 여러 번 전화통화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어제 귀여운 뽀로로 비스킷과 함께 하트 메모지 두 장에 마음을 담아 축복과 격려, 고마움의 마음을 표현해서 주었습니다.


학생도 미리 엽서를 써왔더라고요.


한 장 가득 쓰여있는 문장들 중 머릿속에 확 들어온 문장이 있었습니다.


“이번 한 학기가 제 인생에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제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지켜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 내 생각보다도 더 많이 힘들었구나. 그래도 내가 조금이라도 이 아이의 마음 귀퉁이를 지켜주었구나. 다행이다.‘ 이런 마음이 들었고, 마음을 표현해 준 학생에게 참 고마웠습니다.


사랑을 주기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을 사랑하고 잘 지도하기 위해 교사가 되었지만, 교사도 사랑을 받고, 인정을 받아야 다시 사랑할 힘이 납니다.


이 학생의 엽서 한 문장은 다시 제가 마음이 힘든 학생들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들어줄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교사로서 가장 소중한, 받을 때마다 행복한 친절은 학생의 진심 어린 감사, 힘들 때 함께 해 줘서 고마웠다는 그 말 한마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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