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리아 May 13. 2024

17화.희생하는 삶이란

감기 걸린 지 2주가 되어간다. 보통 감기면 목감기에서 코감기로 전이되면서 며칠이면 낫는데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걸린 감기는 전과 증상이 다르고 오래간다. 다행히 열은 나지 않아 코로나 검사는 하지 않았지만 몸이 나른하고 힘이 없어 쉬고만 싶다. 그런데 이 감기가 임신한 여동생도 걸렸다. 약을 먹지 못하니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데 기온차가 크고 또 출근을 하고 있에 쉽게 떨쳐낼 수가 없다. 첫째도 있다 보니 이래저래 맘 편히 쉴 수가 없다. 이런 동생을 두고 혼자인 언니들이 비록 감기에 걸렸지만 외면할 수가 없어 평일 그리고 주말에도 동생 집을 드나들고 있다.


노래 <아침이슬>로 알게 된 김민기. 사실, 그냥 작곡가이고 혼란스러운 그 시기에 그가 작곡한 노래가 위험스러웠지만 가사만큼은 사람들이 심금을 울렸다. 그런데, 최근 작곡가 뿐만 아니라 약자를 위해 사는 동안 헌신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작곡한 곡이 금지곡이 되면서 정부로부터 감시를 당하고 노래를 놓고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지었다. 그럼에도 감시자의 눈은 떨어질 줄 몰랐다. 그렇게 혼란스럽고 위험한 그 와중에도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면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움직였다. 야학을 만들었고, 쌀을 중간 상인 없이 농민과 소비자를 연결시키는 제도를 만들어 서로에게 이익을 줬던 일 또한, 지인들이 사립 유치원을 짓기 위해 도움을 요청했을 때 과감하게 공연을 진행했었다. 자신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었는데 외면하지 않고 도움을 청한 이들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 <학전> 소극장을 만들어 배우들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 <학전>이 올해 사라졌다. 그곳을 지탱하고 있던 김민기 대표가 건강 악화로 더 이상은 운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삶을 보면 오로지 희생밖에 보이지 않았다. 가난한 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왔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것은 남겨두지 않고 오직 타인의 삶으로 본인의 삶을 이어갔다.



성경이든 철학이든 인간의 삶 중에서 '선을 행하라'라고 한다. 선한 행동을 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봉사라는 단어가 떠오르지만 이건 왠지 인위적으로 들린다. 나 역시 어떻게 해야 타인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사는 동안 의문을 품어 본 적이 없는 질문이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삶이 더 풍부하다는 말은 간혹 들을 때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엇이길래 그럴까? 뭔가를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선을 행하고 나면 그 당사자는 물질은 아니더라도 심적으로 충만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인간은 충족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데 충족을 채워주는 충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지만 결국은 인간으로서 최선의 삶을 찾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이전 16화 16화.인생에 변화의 기회는 몇 번일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