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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VIN Jan 16. 2024

프롤로그

mavin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생존하는 방법

사실 별거 아닐 수도 있고 회사생활을 제외한 프리랜서 5년 차 완전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했는데 이 경험이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남들처럼 살았던 결과

마지막 프로젝트였다. 한 글로벌기업의 호텔 및 리조트 웹, 앱 서비스를 리뉴얼하는 걸 끝으로 전신이 마비되는 길렝바레 증후군이 왔다. 다른 환자들보다 심해서 폐까지 증상이 올라와 응급상황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었다.


어릴 적 꿈에 그리던 그림을 그리는 사람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동안 참 많은 광경을 목격했다. 하루는 매일같이 일정한 박자로 울려대는 심전도 기계가 갑자기 옆 침대에서 삐 하면서 한음을 냈다. 바로 간호사분들이 뛰어오고 드라마에서 보거나 나에게 다신 없을 것 같았던 일이 내 옆에서 일어났다. 옆에 분은 돌아가셨다. 그리고 맞은편에 들어온 환자는 평소에 우울증 약을 먹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우울증으로 일을 하지 않게 되고 돈이 없어서 술로 약을 대신하다가 위와 장이 구멍이 나서 쇼크로 중환자실에 들어왔다. 매일같이 침대는 피가 흥건하게 묻어 나왔다. 간호사분들이 아침마다 시트를 갈아주었다. 생과 사 그리고 우울증의 결과가 저런 상황이라는 걸 본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은 내가 내 몸 써서 진짜 나답게 살아봐야지'내가 할 건 대기업 취업이 아니라 '어릴 적 꿈에 그리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라며 한 번을 그렇게 못살아본 게 억울해서 천장만 보고 눈물만 흘렸다. (전신이 마비됐으니 움직이는 건 목이랑 숨쉬는게 전부였다.) 부모님의 면회가 있을 때 나는 얘기했다. '나 지금까지 엄마 아빠 뜻대로 살았으니까 이제 내 뜻대로 살게. 나가면 그림 그릴 거야.'라고... 그제야 나보고 '그래 그림 그려'라고 허락 아닌 허락 해줬다.


수월한 시작

팀으로 외주를 했던 건 코로나가 터지기 정확히 1년 전이었다. 첫 시작은 뜻밖에 수월했고 같이 해줄 형들이 있어서 형들이 일을 따오면 거기에 맞춰서 이미지 소스를 제작해서 넘기는 일을 했을 했다. 영상을 하는 형들이어서 그때 곁다리로 나도 영상 소스를 어떻게 제작해서 넘겨야 하는지 많이 배웠다. 얼마 안 있다가 작업실도 차렸고 앞으로 나아갈 길밖에 없다고 느꼈던 나는 1년 만에 큰 좌절을 맛봤다. 코로나가 터졌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터지자마자 형들을 통해서 들어오던 일들이 하나같이 싹 없어졌다. 원래 있었던 해외 수출 건에 맞춘 자동차광고제작도 사라지고 모든 일이 다 증발되면서 원래 갖고 있던 정신병도 더 극단적으로 올라왔었다.


다시 시작

결국, 우리 팀은 흐지부지되면서 내 사업자와 사업자대출금만 갖고 혼자 그림을 시작하게 됐다. 아마 그때부터 그림 시장을 직접 피부로 느끼면서 내가 살아온 세상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던 거 같다. 앞으로 할 얘기는 내가 퇴사하고 5년간의 일들이다. 생각만 하고 '그렇지 않을까?'가 아니라 생각 다음 행동을 하고 결과가 나온 경험의 결과 값만 이야기할 거다. 당시 상황이 코로나였고 그림시장이 갑자기 얼어있던 상태라 다들 갈피를 못 찾던 시기에 내가 살아남은 이야기니까 진짜 간절한 누군가에겐 필요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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