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청국장

그리움에 익어가는

by 햇살나무 여운


요즘 즐겨 먹는 음식 중에 하나가 청국장이다. 콩도 좋아하지 않고, 냄새 때문에라도 이삼십 대에는 거의 먹을 일이 없던 음식이었는데, 어느샌가 바닥까지 싹싹 긁어 청국장 콩을 퍼먹고 있는 내 모습에 웃음이 난다. 입맛도 변했듯이 나 역시 이미 많이 달라졌는데도 자신도 모르게 예전의 내 모습만 붙들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할머니, 엄마와 함께 가마솥에 콩을 삶아 메주를 쑨 추억도 떠오른다. 그때도 솥에서 갓 삶아 나온 콩을 열심히 퍼먹었었는데. 어느덧 내가 청국장을 더 좋아하는, 엄마의 나이에 가까워진 것이다. 때로는 음식이 그리움을 불러온다. 문득, 그리움에 익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자신과 타인에게도 너무 완고하지는 말자. 너그러운 시선으로 다시 보면 싫었던 그 모습이 좋아질 수도 있으니까.

keyword
이전 17화행복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