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익어가는
요즘 즐겨 먹는 음식 중에 하나가 청국장이다. 콩도 좋아하지 않고, 냄새 때문에라도 이삼십 대에는 거의 먹을 일이 없던 음식이었는데, 어느샌가 바닥까지 싹싹 긁어 청국장 콩을 퍼먹고 있는 내 모습에 웃음이 난다. 입맛도 변했듯이 나 역시 이미 많이 달라졌는데도 자신도 모르게 예전의 내 모습만 붙들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할머니, 엄마와 함께 가마솥에 콩을 삶아 메주를 쑨 추억도 떠오른다. 그때도 솥에서 갓 삶아 나온 콩을 열심히 퍼먹었었는데. 어느덧 내가 청국장을 더 좋아하는, 엄마의 나이에 가까워진 것이다. 때로는 음식이 그리움을 불러온다. 문득, 그리움에 익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자신과 타인에게도 너무 완고하지는 말자. 너그러운 시선으로 다시 보면 싫었던 그 모습이 좋아질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