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서
언젠가부터 거울을 잘 안 본다. 사진도 잘 안 찍는다. 그리고 이제는 마스크가 더 익숙해져 버렸다. 왼쪽 턱 아래 짙은 흉터가 생긴 즈음부터였을까? 제대로 한 번 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마음도 의식도 두지 않고 마치 그 부위는 없는 듯이 대했다. 오래도록 외면했다. 오늘은 마음을 먹고 거울 앞에 섰다. 그 흉터를 찬찬히 바라본다. 자세히 들여다보아 준다. 가만히 한참을 쓰다듬어 주기도 한다. 손을 비벼 따뜻한 기운을 흉터 위에 살포시 포개어 보기도 한다. 외면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많이 아팠지? 많이 외로웠지? 그동안 고생 많았어. 괜찮아, 정말 괜찮아. 이제는 괜찮아. 최선을 다해 치열하게 살아왔던 흔적이라고. 삶의 훈장이라고. 너 역시 나의 일부라고 받아들인다. 마침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