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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나무 여운 Dec 20. 2023

웰컴 투 더 자영업 월드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


생계의 불안은 어느 정도 낮아져 가지만, 루틴은 완전히 무너졌다.


루틴이라! 어쩌면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른다.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이라고 하지 않던가? 생계가 일정 수준 회복된 후에 그깟 루틴이야 다시 새롭게 세우면 될 일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점점 더 가성비와 효율성만을 따지는 사람이 되어 갔다. 그 마음이 조금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허세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무슨 날이 아니더라도 굳이 마음을 먹을 필요도 없이 남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가끔은 꽃이나 케이크를 사는 그 정도의 호사를 허락하는 마음이 어려운 일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서글퍼졌다. 그걸 못 할 만큼 그렇게까지 어려운 건 아닌데, 그걸 ‘낭비’라고 여기며 아예 하지 않는 메마른 사람이 되어 버린 것 말이다.   

  

정말 그런 사람이 되어 버리기 전에, 더 늦기 전에 회복해야만 했다. 항심을 회복하려면 항산이 먼저다. 그러려면 먼저 마음가짐을 고쳐먹을 필요가 있었다. 계속 다른 곳에 한눈을 팔면서 어정쩡하게 걸쳐 있으면서 가끔 남편 일을 ‘돕는다’ 정도가 아니라 두 발을 다 담그고 온전히 뛰어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생계의 전선으로, 자영업의 세계로! 두 팔을 걷어붙이고 함께! 죽기 아니면 살기로 마음을 먹기까지, 정신을 번쩍 차리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 사이 세밑이 코 앞이다.  




웰컴 투 더 자영업 월드!


지속되는 불경기와 물가상승, 불안정한 생계에다가 다들 내년에는 더 힘들 거라고 입을 모아 말하는데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뜨내기처럼 무점포로 머무를 수는 없었다. 검색의 시대에 점포의 있고 없음은 차이가 컸다. 제대로 적극적으로 장사를 하고 홍보를 하려면 가게를 얻어야 했다. 이것은 무리가 아니라 투자이고, 시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신중하게 고려해야만 했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입지를 찾아야만 했다.     


대학 때 경영학 수업을 들으면서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한 가지가 있다. 

    

첫째도 로케이션!

둘째도 로케이션!

셋째도 로케이션!  

   

사업에 있어서 그만큼 입지 선정이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매출의 90%는 입지가 결정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지만, 현재의 우리로서는 입지만큼이나 자본금에 대한 제약이 앞선다.   

   

자본금과 입지! 이 두 조건을 만족할 만한 우리의 가게를 과연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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