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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시화담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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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나무 여운 Aug 31. 2024

무쟈게

이정록 '무지개'


속속들이 불태웠던 8월,

831 퍼센트 완전연소하여

오늘은 몸뚱이를 일으킬 힘이 없다

커피를 마실 힘조차 없다

엎드려 누운 채로 책장에 손을 뻗어

뽑기를 한다.


그래, 오늘은 시집이지.

시를 지어다 먹는 게

타이레놀보다 낫지.


눈 감고 스르륵 페이지를 넘긴다.

뽑혔다, 오늘의 처방전!

약발이 무쟈게 좋다.


배깔고 엎드려 글씨를 새긴다, 무쟈게 좋다!

슬몃 자개농짝을 어루만지는 걸 보니
너도 이제 제법 나이를 먹었는가보다
어미가 저 전복 패한테 배운 게 있다
무엇이든 겉만 보고 가름하지 말거라
누구나 무지개는 가슴 안쪽에 둔단다.

- 이정록 '무지개'



완전연소된 잿더미 속에서

무지개가 피어난다,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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