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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챙 Apr 19. 2024

나태주 시인에게 시를 배웠다

세바시대학 7기 <나태주 시인과 함께하는 시(詩)적인 오후> 리뷰



2024년, 세바시대학에서 <나태주 시인과 함께하는 시(詩)적인 오후>를 들었다. 이 글은 지난 4번의 수업을 돌아보며 쓰는 글이다.


이 글은 세바시대학 7기 <나태주 시인과 함께하는 시(詩)적인 오후> 수강 후 남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객관적인 리뷰가 아니라 단 한 사람의 의견일 뿐이니 딱 그 정도로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수업을 선택한 이유


2022년, '세바시 대학'에서 <강원국 작가의 글쓰기 전공>을 들었다. (참고: '세바시 대학'의 쓸모)


그리고 2024년, 다시 세바시 대학 생각이 났고, 세바시 홈페이지를 찾았다.


세바시대학 7기에는 3종류의 글쓰기 수업이 있었다:

남형도 기자와 함께하는 체험 글쓰기

강원국 작가와 함께하는 출판 글쓰기

나태주 시인과 함께하는 시(詩)적인 오후


에세이를 쓰는 내겐 세 가지 수업 중 남형도 기자의 수업이 가장 적합해 보였다. 하지만 세바시대학의 가장 큰 메리트는 평소 녹화된 영상으로만 접하던, 만나고 싶은 연사와의 온라인 실시간 수업이다. 내겐 (그분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나에겐) 남형도 기자의 인지도가 가장 낮았고, 나는 남형도 기자의 글을 접해본 적도 없었다.


강원국 작가님의 수업은 세바시대학 4기에 들어봤다. 7기에는 전공 수료 혜택이 ‘투고가이드’와 ‘100개 출판사 컨택리스트’ 제공으로 바뀌었지만, 홈페이지에 명시된 수업 커리큘럼은 내가 들었던 4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지막 글쓰기 수업은 나태주 시인의 “시(詩)적인 오후”. 나머지 두 전공과는 다르게 전공 이름에 “글쓰기”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는다. 제목만 봐선 글쓰기를 배우는 게 아니라 그저 나태주 시인과 함께 시(詩)적인 오후를 보낼 것만 같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지만 시를 좋아하지 않는 내 책장에 꽂혀 있는 몇 안 되는 시집은 나태주 시인의 시집들이다. 시와는 거리가 먼 나지만 그저 시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태주 시인과의 만남을 통해 내가 시와 가까워질 수 있다면, 그의 시적인 언어가 내가 쓰는 에세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았다.






친절한 세바시 조교님, 얄짤없는 세바시 사장님


세바시대학 7기에 등록하기 앞서 내 세바시 계정에는 4기를 수료하고 받은 만료된 10만 원짜리 세바시대학 쿠폰이 있었다. 물론 처음 발급될 때 5기 때 사용가능하다고 명시 됐었고, 쿠폰함에는 만료된 쿠폰이라고 나와 있었다.


그래도 10만 원인데... 아까운 마음에 밑져야 본전이니 홈페이지를 통해 세바시에 연락했다:

안녕하세요,
세바시대학 4기에 강원국 교수님의 글쓰기 전공을 수료했습니다. 그 후에 받았던 장학금 쿠폰이 있는데 사정상 다음 학기에 수업을 들을 수가 없어 만료되었습니다. 혹시 1월에 시작하는 학기에 쓸 수 있도록 쿠폰을 재발급해주실 수 있을까요?
도움 감사합니다.
폴챙 드림.


채팅창에 조교님의 긴 답장이 왔다:

안녕하세요, 폴챙 학우님 맞으실까요?
우선 세바시대학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런치에 올려주신 <세바시 대학의 쓸모>는 저희 씁조교 모두 잘 봤습니다.
학우님의 의견을 바탕으로 '세바시대학'으로 표기를 통일했는데요.
특히 조교님이 안쓰럽다는 문장에서 씁조교 모두 큰 힘을 받았습니다.

추가로 세바시대학에 다시 돌아와 주신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내심 학우님이 다시 신청을 해주시지 않아 혹시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었나 마음을 졸이던 때도 있었습니다.


내 글을 보셨다니 부끄러워지고, 내 의견을 바탕으로 '세바시대학'으로 표기까지 통일했다니 감사하다. (표기가 바뀌기 전에는 '세바시 (띄고) 대학'이었다.)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어 그동안 신청을 안 했던 건 아니지만, 혹시 그랬더라도 친절한 조교님 덕에 있던 불만도 사르륵 사라질 듯하다. 내 글 때문에 혹시나 조교님들이 불이익을 당하시지는 않았을까 살짝 염려가 되기도 했다.


이어서 쿠폰 재발급에 대한 답변을 해주셨다:

정말 안타깝게도 쿠폰 재발급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더 많은 분들이 세바시대학과 함께 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현재 이전보다 많이 낮춰진 가격에 모집을 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도와드릴 수 없어 죄송합니다.


그래, 쿠폰 재발급이 어려운 건 조교님이 아니라 사장님 결정일 터다. (고객의 섭섭함은 어쨌거나 사장님 탓이다.) 그래도 친절한 조교님을 고용해 주신 세바시 사장님에 감사한다. 만료돼서 못 쓴 10만 원 쿠폰은 조교님들 회식비에 추가해 주셨으면 좋겠다. (교양 있는 세바시대학 총장님은 이미 그러셨거나 반드시 그러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쨌든 조교님 말씀대로 4기 때는 379,000원이었던 가격이 2년이 지났는데 300,000원으로 내렸다. 2년 새 대파 가격은 많이 올랐는데 세바시대학 수업료는 내렸다.






세바시대학이 길들일 수 없는 야생마 나태주 시인


세바시대학 같은 클래스를 듣다 보면 강연에 익숙해진, 온라인 교육 플랫폼 시스템에 익숙한 전문가들을 보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플랫폼과 협업(또는 고용당)해본 경험이 많아 주최 측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실행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세바시대학에서 이렇게 광고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


OOO수업에는 4개의 과제와, 각 과제에 대한 4번의 피드백이 제공됩니다.


강연 플랫폼에 익숙한 강연자는 세바시대학이 제시한 커리큘럼 기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실행할 거다. 하지만 나태주 시인은 달랐다. 2번째 과제 후, 세바시대학 조교님이 "선생님 다음 과제는..." 하고 말을 꺼내자,


과제는 딱 2개면 됩니다. 더 있으면 내가 제출된 과제를 제대로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없어요. 라며 확실히 끊어 말하셨다.


역시 나태주 시인은 '강연화' 되지 않은 사람이었다. 본인의 의지가 확고했고, 줄 수 있는 것은 제대로 주고, 제대로 줄 수 없는 것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솔직히 말했다. 수업 방식이나 내용이 주최 측이 발표한 것과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았을지라도 본인의 스타일로 완벽한 수업을 이끌어 냈다.


가끔 수업 슬라이드가 아직 남았는데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라는 멘트로 조교님을 당황케도 하셨지만, 마지막 수업에는 조교님도 익숙해지셨는지 선생님의 그 멘트가 나오기 전에 다음 슬라이드로 넘겨버렸다. 새로운 슬라이드가 나오면 나태주 선생님은 아, 이것도 있었네요 라며 말씀을 더 이어가셨다. 마지막 수업에 나태주 시인을 조금이나마 길들여 최대한 많은 강의를 이끌어낸 조교님을 매우 칭찬한다.






매우 인간적인 나태주 시인


나태주 시인은 공주에 있는 나태주풀꽃문학관에서 카메라를 켜고 수업을 진행했다. 스크린을 통해 본 시인은 인상 좋은 솔직한 어른이었다.


보통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강의에서 질문이 없으면 어색한 정적이 흐르곤 하는데, 나태주 선생님은 말이 없는 사람도 콕 집어 질문을 던지셨다.


폴챙 씨는 무슨 할 말 없어요?


미국에 산다 하니 미국에서 강연을 하셨던 얘기도 하시고, 미국에서 한글로 글을 쓰는 걸 응원한다고도 하셨다. 나이 많은 따뜻한 어른과 대화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 수업에는 수업을 들었던 모든 학생들에게 책을 보내주신다고 하셨는데, 미국에 있는 사람에게도 자비로 보내주시겠다고 하셨다. 사실 항상 세바시대학은 미국으로는 수료증이나 다른 사은품을 보내주지 못한다고 해서 섭섭했었는데, 나태주 선생님은 뜻밖의 감동을 주셨다.


그리고 마지막 수업에서 나는 에세이를 쓰는 사람이라고 스치듯 말을 꺼내자, 에세이에 대한 메시지도 주셨다. (참고: 나태주 시인이 알려준 좋은 에세이를 쓰는 방법)






나태주 시인이 가르쳐준 시


나는 이해력이 부족한 사람이니, 단 4번의 수업으로 나태주 시인이 시는 이런 거라던데요? 라고 말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시를 쓸 때의 마음가짐에 대한 3가지 조언이 마음에 남는다:

남처럼 쓰려고 하지 마라.

너무 잘 쓰려고 하지 마라.

유명하기보단 유용한, 쓸모 있는 시를 써라.


그리고 누군가 산문과 시의 차이를 물었을 땐 이렇게 대답하셨다:

느낌이 시같이 오면 시고, 아니면 아니다.


나도 시 느낌을 알기 위해 나태주 시인의 수업을 들으며 30편의 시를 썼다. 그중 2편(우리 엄마나무)은 과제로 제출하고 나태주 시인의 피드백을 받은 시다. (참고: 시시한 시나 한 편 써볼까)






그 느낌 아니까


내가 수업을 들으며 브런치스토리에 시라고 올린 한 글을 읽고 아내가 어이없다는 듯 내게 물었다.


이게.. 시라고..?


내가 말했다.


응, 이건 느낌이 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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