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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가장 아름다운 당신에게

모두 담을 수 있다면 좋겠다

by 서담

요즘 들어 사진을 자주 찍으려고 한다. 어쩌면 의도적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얼굴을 잊을까 봐, 지금의 웃음을 놓칠까 봐. 아내는 여전히 사진 찍는 걸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어색한 듯, 웃는 얼굴이 서툴다며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그런 아내를 카메라에 담는 일은, 나에겐 사랑의 한 방식이다. 매번 비슷한 포즈, 익숙한 표정이어도 그 안에는 그날의 온도와 공기가 담겨 있다.


“자기야, 나 요즘 얼굴이 너무 푸석푸석한 것 같지 않아? 사진 찍으면 늙은 게 다 보여.” 아내는 거울 앞에서 눈꼬리를 찡그리고 혼잣말처럼 이야기한다.


나는 대답 대신 말없이 카메라를 들고 그녀를 바라본다. "그런 말 마. 지금이 가장 예뻐. 시간이 지나면 이 순간이 얼마나 귀한지 알게 될걸."


우리는 어느새 50을 넘긴 나이가 되었다. 거울 속 얼굴엔 주름이 드리워지고, 예전 같지 않다며 스스로를 자책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아내의 웃음이 지금보다 더 빛났던 순간은 없었다는 것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날을 함께 보냈던가. 때론 지치고, 때론 삐걱였지만 아내의 옆모습은 언제나 나의 하루를 단단히 붙잡아주는 풍경이었다.


사진 한 장에 담긴 웃음 하나가 시간이 지나면 얼마나 소중한 기록이 되는지, 우리는 이미 여러 번 경험했다. 그때는 몰랐다. 그저 '그날'일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보면, 그때가 참 젊고 아름다웠다. 그래서 나는 말없이 셔터를 누른다. 아내의 눈빛, 머리칼을 쓸어 넘기는 손짓, 웃기지 않은 농담에도 웃어주는 미소까지. 다 담아두고 싶다. 언젠가 다시 꺼내볼 수 있도록.


“자기야, 또 찍어? 안 웃는다. 이번엔 찡그릴 거야.”

“그래, 찡그려도 돼. 지금 그 얼굴이 좋아.”


언제부터였을까. 서로의 얼굴을 기억해 주고, 서로의 시간을 인정해 주는 사이가 되었다. 아내가 내게 그랬듯이, 나도 이제 아내의 흐르는 시간을 품어야 할 때다.


지금 이 순간, 오늘 하루가 아내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남기를 바란다. 그 순간을 곁에서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참 감사하다.


한 줄 생각 :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거울이 아닌 서로의 눈 안에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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