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非)육사 출신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계엄’이라는 단어 앞에서 숨을 멈췄다. 군 일부에서 나온 위법한 명령과 정치적 충성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지만, 다행히 민주주의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 중심에는 헌법과 국민에게 충성한 군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명령을 따르지 않은 비겁자가 아니라, 법과 양심 앞에 선 용기 있는 군인이었다. 침묵 속에서 방아쇠를 거두고, 전진 대신 멈춤을 택한 그 순간 그것은 군인의 양심이 살아 있음을 증명한 장면이었다.
그동안 언론은 이들을 ‘소극적 임무 수행자’라 불러왔다. 그러나 그 말은 너무 가볍고, 부정확하다. 그들은 단순히 명령을 회피한 것이 아니라, 헌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불의한 명령을 거부한 참군인이었다.
조성현 대령은 병력을 멈추게 하여 시민 충돌을 막았고, 김문상 대령은 특전사 투입 명령을 지연시켜 민주주의가 회복될 시간을 벌었다. 박정훈 해병대령은 부당한 명령에 맞서 헌법의 이름으로 저항했다. 그들은 모두 비(非)육사 출신 장교들이다.
그들의 침묵은 두려움이 아니라 양심이었다. 그들의 머뭇거림은 비겁함이 아니라 결단이었다.
군은 국가의 무력 조직이지만, 그 힘은 국민의 신뢰 위에서만 정당성을 가진다. 군의 충성이 정권을 향할 때, 총구는 언제든 국민을 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일부 군인들은 그 위험한 선을 넘지 않았다.
그들은 상관보다 헌법을, 명령보다 양심을 택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군인 정신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충성의 방향이다.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였다. 육사 중심 인사체계, 학맥 중심 지휘라인, 폐쇄적 사조직 문화 이것이 헌법 대신 권력에 충성하게 만든 토양이었다.
군 개혁의 본질은 ‘몇몇 장군의 교체’가 아니라, 헌법 충성의 제도화, 출신 불문한 공정 인사, 투명한 지휘 구조 확립이다. 군은 더 이상 권력의 방패가 아니라, 국민의 방패여야 한다.
역사는 유명한 이름만 기록하지만, 민주주의를 지켜낸 것은 이름 없는 수많은 장병들의 선택이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12월의 밤은 다시 1979년의 어둠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총 대신 양심을 들었고, 명령 대신 헌법을 선택했다. 그들의 선택 덕분에 대한민국의 새벽은 지켜졌다.
“진짜 강한 군인은 명령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헌법 앞에서 멈출 줄 아는 사람이다.”
이제 우리는 그들의 침묵을 기억해야 한다. 그 침묵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