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모든 작가님들 감사합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책을 좋아했다. 누군가는 음악에서 위로를 얻고, 누군가는 여행에서 새로운 빛을 발견하지만, 내게 가장 확실한 쉼은 늘 책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문장 사이를 건너다보면 지금 내 마음이 어디쯤 서 있는지를 알 수 있었고, 문득 들이마신 활자 한 줄이 삶의 방향을 바꿔놓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나의 책장에는 일정한 편향이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인문서, 역사서, 위인전처럼 조금은 ‘단단하고 무게 있는 것들’만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삶의 태도가 책에도 반영된 건 아닐까. 오랜 군 생활 동안 익숙해진 엄정함과 규율의 기운이 자연스레 책의 취향에도 스며든 건지도 모른다.
가끔은 생각했다.
“나는 혹시 독서에도 편식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러나 그 의문은 단지 생각에 그칠 뿐, 손이 가는 책은 늘 같았다. 익숙한 분야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새로운 장르로 발을 내딛는 일은 망설임이 앞섰다. 책에도 계절이 있다면 내 독서 인생은 늘 초겨울처럼 차분하고 고요했다. 변화보다는 깊이를 추구하고, 확장보다는 관성을 택하는 그런 독서의 시간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브런치를 만났다.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의 글 한 편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다. 브런치는 내게 사막 한가운데서 발견한 오아시스 같았다. 낯선 길을 걷다 타들어가는 목을 축여주듯, 그곳의 글들은 내 마음 한편을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전문 작가가 아니어도, 삶의 문장들을 지극히 진솔하게 풀어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화려한 어휘 대신 자기 경험에서 길어 올린 묵직한 이야기들, 덜 다듬어진 문장 속에 오히려 더 깊고 진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자투리 시간마다 브런치에 접속해 다양한 글을 읽고 있다. 지하철 안에서, 점심시간의 짧은 틈에서, 혹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잠자리 머리맡에서. 매번 새로운 글을 읽을 때마다 생각했다.
“세상에는 이렇게 따뜻하고도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사람들이 참 많구나.”
어떤 작가의 글에서는 인생을 오래 묵혀 온 성직자에게서나 느낄 법한 깊은 성찰이 흘러나왔다. 고통을 견디는 방식, 사랑을 건네는 방법, 상처와 화해하는 태도 같은 것들이 조용하지만 힘 있는 언어로 적혀 있었다. 나는 그 문장을 읽으며 한동안 스크롤을 내리지 못했다.
그저 감사했다.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지만, 그 글이 분명히 나를 위로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브런치의 글들은 내 독서의 폭을 넓혀주었다. 내가 평생 가까이하지 않았던 장르들 속에서 뜻밖의 감성과 지혜를 만났다. 때로는 소설 한 편에서 오래 묵은 감정을 건드리는 문장을 발견했고, 때로는 일상 에세이에서 잊고 지냈던 삶의 온도를 되찾았다.
독서가 취향의 벽을 넘어 확장되고 있는 순간이었다.
책이 주는 지혜뿐 아니라, 누군가의 ‘삶 그 자체’에서 나오는 온기가 있었다. 나는 그 감사의 마음을 가장 소박하지만 진심 어린 방식으로 전하고 있다.
천천히 읽고, 마음에 닿은 문장은 오래 머금은 뒤, 그 글에 ‘잘 읽었습니다’라는 한 줄의 감상평을 남긴다.
누군가의 글이 내게 그러했듯, 나 또한 그 따뜻함을 되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브런치는 내 독서 편식을 고쳐준 공간이자, 내 시야를 넓혀준 또 하나의 도서관이다. 무엇보다도,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감각을 뒤흔들어준 고마운 인연이다.
나는 오늘도 여전히 브런치의 문장들을 읽는다. 그 안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새로운 사람을 알고,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다는 건 결국 나의 한계를 조금씩 넓혀가는 일이다.”
수많은 작가들의 글이 내 일상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고, 그 파문은 다시 내가 쓰는 글 속으로 스며든다.
독서가 내 삶을 단단하게 했다면, 브런치의 글들은 내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오늘도, 그곳에 고마움을 보낸다. 자기 삶을 글로 나누고, 기꺼이 마음을 전하는 모든 작가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