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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

by ㄱㄷㅇ

구름에 깔린 먹을 보았다

해는 가리어졌다가 조금씩

물의 틈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눌린 마음이 쉽게 비워지는 건 도통 모를 일이다

이른 오전까지 막혀오던 숨이

틈새의 햇빛에 의해 서서히,

찰나의 과정이었던 것처럼 덧없어진다

비가 새던 직전까지

충분히 죽고 싶었던 마음은 이미 무뎌져

바닥에 내리는 햇볕에 기화되었다

젖은 도로와 함께

나의 마음까지 무거워졌을 것이 분명했다

지나간 밤 창문을 두드리던 빗소리는

꽤나 부드러워서

방을 하나의 무대로 만들었다.

나는, 무대에 죽은 하나의 시체였음으로

스러져가는 지금의 계절을 견디고

무릎에 손을 갖다 대었다

이제는 이런 지지 없이는

쉬이 일어날 수 없게 되었나 생각하려던 순간

작금의 나는 꾸준히 이런 사람이었음을 자각하고


무릇 윤회란 것은 수 없이 돌아오는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다

어느 순간에 분명한 나의 시간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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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