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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앞으로 나서려

by ㄱㄷㅇ

어떻게든 앞으로 나서려 한다.

그것이 다리를 절게 하고, 팔에 상처를 내며

손으로 지지대를 짚을 때마다 피가 맺히게 한다 해도 멈출 순 없다.


이제는 늙었다고 할 수 있는 얼굴

눈가엔 주름이 자글하고

피부는 메마른 사막을 연상케 한다

입술은 안으로 말려들어가

청춘의 맑고 도톰한 모습은 없어진 지 오래이고

무너진 한쪽 어깨와 절뚝거리는 걸음걸이는

한 치 앞도 제대로 나설 수 있을까

보는 사람을 염려하게 만든다


그런 그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홀로 있던 시간보다 배는 함께 한 사람.

걷거나 앉아있는 시간보다

누워있는 시간이 배는 더 많아진 사람.

누군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동정과 두려움 섞인 눈으로 바라볼 사람.


그는 연인에게

아침에 한 번, 점심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아침에는 오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점심에는 오늘의 날씨가 어떤지,

과거의 어느 날과 닮아있는지를

저녁에는 오늘 자신의 하루가 어땠는지를

애원하고 애걸하는 목소리로 작게 소곤거린다.


그는 연인에게

짙은 밤이 깔리고 모두가 잠에들 시간이 되면

마지막으로 전해야 하는 말이 있다.


그도 이제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고,

당장 내일 눈을 떴을 때 본인이 곁에 없을 수 있다고,

그래도 괜찮겠냐는 물음.


연인의 눈은 울음을 머금고 있다

그는 그런 연인의 눈빛을 잘 안다.

그의 일생이 무너질 때마다

연인이 보내온 눈빛, 위안의 말.


괜찮다는 말이 한 음절, 한 음절 전해질 때마다

일렁이는 소리는 간절하다 못해 처절했다.


그때의 눈빛을 받을 때면 그는 다시 다짐한다

내일도 어떻게든 앞으로 나서겠음을.

무너지는 어깨를 붙잡으며

한 손으로 땅을 짚고 일어서겠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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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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