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의 이야기

함께 진창을 굴러주는 사람

by 이아
긍정의 말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느껴지다
그렇게 절망한 채로 장기 입원해 있을 때, 문병 선물로 책을 받기도 했습니다. 역시 밝고 긍정적인 책이 많았습니다. 조금이라도 기운을 북돋아주려는 고마운 배려였지요. 하지만 이런 ‘배려’는 정말로 역효과였습니다.

이를테면 그런 책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적혀 있습니다. “긍정적인 기분으로 지내면 행복한 일만 일어난다.”, “강하게 믿으면 모든 소망이 이루어진다.”, “장래에 되고 싶은 자신은 상상하면 지금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오히려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이런 격려의 말이 내뿜는 빛조차 닿지 않는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작은 공감도 큰 구원이 된다
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처음 입원했을 때, 대학의 다른 친구들은 모두 젊고 건강하게 희망에 가득 차서 살고 있는데 왜 나만 이런 일을 겪는지 몹시 한탄했습니다. 친구가 병문안을 와도, 이상한 이야기지만 상대는 서 있고 저는 누워 있는 것만으로 세계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병문안을 온 사람의 옷에서는 바깥 냄새가 났습니다. 그 ‘바깥 냄새’가 몹시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저와 종류는 다르지만 역시 난치병을 앓고 있는 지인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그 사람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를 위해 병원으로 서둘러 달려와 준 친구의 뺨이 발그레한 것이 너무 부러웠고, 그런 감정을 느끼는 자신이 부끄러웠어요.” 이 말에도 감동했습니다.

이 사람은 그런 기분을 정말로 알고 있다고, 같은 기분을 공감할 수 있는 진정한 마음의 친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만으로 과거의 울적했던 마음까지 정화되었습니다. 모두가 듣고 싶어 하는 것은 대개 고난을 극복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산에 도전해서 정상까지 오른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산에 도전했다가 도중에 되돌아온 사람, 고난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좀처럼 마이크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만 들을 가치가 있을까요? 고난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의 이야기는 진정 가치가 없을까요?

From. 절망 독서 - 가시라기 히로키


위의 문장들은 제가 정말 절망에 빠져버렸을 때, 매 순간 절망으로 밑도 끝도 없는 진창으로 끌려가는 느낌이었을 때 저를 위로해주었던 문장들입니다.


정말로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보다, 고난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의 이야기가 주는 위로의 힘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정말 힘들 때는 함께 진창에 굴러주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이 많은 지지가 되어줍니다.


저도 위의 문장들을 읽고, 필사하며 조금씩 전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절망 독서

#절망

#고난

#가시라기 히로키

#진창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