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좋습니다. 아무 스케줄 없이 통으로 비어있는 시간을 오래간만에 누립니다. 침묵 속에 침잠해 있고 싶습니다. 잠시 침묵 속에서 브런치 작가의 서랍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남상아 씨가 떠오르네요.
아~ 남상아 씨, 허클베리핀으로 데뷔를 해서 3호선 버터플라이로 활동을 하셨다가, 돌연 프랑스 남자분과 결혼을 하시고 프랑스로 이민을 가셨네요. 거기서 뭘 하고 사실까? 궁금해집니다.
남상아 씨 하니까, 그 옛날에 자우림 초기에 자우림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인 pc통신 동호회에 한 번 나갔다가 '미니맥'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한 소년이 떠오르네요. 그 시기에는 애플 제품을 사용하던 사람이 흔치 않았는데 그 친구는 애플의 맥 제품을 많이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목소리가 여성적이고 체구가 자그마한 그 소년은 저에게 누나~ 하고 다가왔었는데, 그 당시에 희한하게 그렇게 여성스러운 목소리를 가진 남자들이 저한테 다가오던 시기였네요.
그 '미니맥'이라는 소년은 자우림의 김윤아 씨를 '누나, 누나' 하며 덕질했고, 남상아 씨도 좋아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저도 그 친구 덕에 허클베리핀이라는 밴드를 접하게 된 것 같고, 앗~ 다시 생각해보니 그 친구가 아니라 다른 친구였네요. 어쨌든 남상아 님을 허클베리핀 1집 앨범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듣고 좀 매혹당했습니다.
중저음의 중성적인 톤으로 음울하게 읊조리다가, 내지르는 모습이 멋졌죠. 긴 머리카락 휘날리며 기타를 메고 서서 시선을 떨구고 노래하는 그녀는 정말 멋있었죠. 프랑스 이민 가기 직전 즈음에, 도재명 님과 '10월의 현상'을 함께 작업했던 남상아 님. '10월의 현상'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이고 나름의 기억이 있는 곡입니다.
다음 기회에 '10월의 현상'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군요. 허클베리핀의 1집 앨범 중에서 처음에 한 번 주욱 다 듣고 가장 귀에 꽂혔던 곡이 바로 이 곡입니다. '비 오는 날에, 전화를 걸어, 어제 그 친구 다시 만나네, 뭐라 할 말은 딱히 없지만 아직까지도 슬픔은 없어' 이렇게 시작합니다.
비음이 섞인 허스키한 목소리와 그분의 자아내는 독특한 아우라, 많은 여성팬뿐 아니라 남성팬을 거느렸었는데 음악 씬을 완전히 떠나버렸네요.
이 글을 쓰려고 위의 영상을 보다 보니 놀라운 건, 바로 유. 지. 태 님이 이 뮤직비디오에 출현하셨다는 점입니다. 주유소 습격사건의 그 유지태 님이십니다. 와.. 맞다! 그때 김하늘 배우님과 함께 '바이 준'이라는 영화에 출현하셨을 때 즈음이었던 것 같네요. 잊고 있던 영화 '바이 준'도 떠오릅니다.
'바이 준'을 검색하여 보니 무려 1998년의 영화네요. 김하늘 님이 정말 분위기 있게 나온 영화였던 것 같고, 그 영화를 보고 김하늘 님을 한 동안 좋아했던 것도 같네요.
2022년 지금 현재는 비 오는 날에 전화는 걸지 않고, 카톡을 하는 시대가 되었군요. 24년이란 세월 동안 유지태 님은 유명하고, 더 멋있게 진화하셨고, 남상아 님은 프랑스로 가셨네요.
저는 1998년에 한창 진로 문제로 어슬렁거렸던 것 같고, 자우림 덕질을 하며 자우림 팬픽도 써댔던 것 같네요. 그렇게 어슬렁거리고 떠돌던 시간들이 또 지금의 저를 만들어 준 것도 같네요. 그때의 저를 오늘 다시 만나게 해주는 음악이 바로 이 음악이네요.
저보다 10~20년 이상 젊으신 내담자 분들을 만나다 보니, 20년 전의 기억들이 어른어른 떠오르고, 또 그때의 감수성이 자꾸 떠오르는 것이 나쁘지 않습니다. 이런 글을 써대는 것도 다 직업적인 배경이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은 감사한 일이지요.
글을 쓰는 행위가 정신의 팔 굽혀 펴기 같은 면도 분명 있지만,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는 것들을 정리해주고, 환기가 되는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우울과 불안을 예방해주는 면도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