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연 Jun 01. 2023

사랑에 대한 단상






*

예전에는 "love is all!"외쳐대는 사람을 보면 지나치게 순수한 것 아닌가, 감성적이네, 하고 말았다. 그런데 언젠가 정말로 사랑이 전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사랑에는 다양한 형태들이 있으니까. 사랑으로 이 세상의 많은 것들이 나아질 수 있을텐데. 



*

사랑의 다양한 형태. 만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것이 물리적으로 만져질 때가 있다. 눈 앞에 보일 때도, 귀로 들릴 때도 있다. 파동이 조용히 날아와 마음에 콕 박혀 진동할 때도 있다. 그런 순간들은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아서 매번 마음 속 어딘가에 저장된다. 가끔 그 저장고를 열어 보며 버틴다. 



*

며칠사이에 뉴스로 끔찍한 사건들이 많이 들려왔다. 세상은 사람은 아름답다가도 너무 잔인하다. 증오로 가득 찬 마음들. 이유없는 폭력들. 사랑으로도 갱생될 수 없는 마음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낭만적인 단면만 보고 살아도 되는걸까. 



*

나만큼이나 당신도 불완전할텐데. 사랑은 이 생각이 드는 순간 시작되는 것 같다. 



*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속을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부분들도 있다. 그마저 그럴 수 있지, 할 때.



*

비에 젖은 강아지처럼 서있을 때 그걸 외면할 수 없었어. 내 앞에서 가장 약한 모습을 보였을 때 옆에 같이 있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계속 필요했으면, 했다가도 너가 괜찮아져서 더 이상 내가 필요하지 않아도 그래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어.



*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 



*

사랑이 많은 사람이 돼서, 나를 스치는 사람들의 마음이 잠시라도 빈틈없이 가득 찼으면 좋겠다. 아무렴 그래도 좋다, 생각이 들 정도로. 열이 펄펄 나던 날 엄마가 손으로 이마를 짚었을 때 그 미지근한 온기같은 존재가 되고 싶은 욕심.



*

좋아하는 사람과 있으면 나와 그 사람 사이의 공기가 사랑으로 가득 차서 열기구처럼 두둥실 떠오르는 기분이 든다. 그 순간만큼은 중력이 약해져 둘만의 세계에 둥둥 떠있는 것만 같아. 첫 눈에 반하는 순간엔 걸어오는 그 사람 외에 나머지는 뿌옇게 보이고 머리에서 종이 울린대. 나는 그런 적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없는데, 어쩌면 비슷한 감정일 수도 있겠다. 술집에서 마주 앉은 우리 외엔 초점이 흐려지고, 시끄러운 손님들의 목소리도 그저 소리일 뿐인 거.



*

마음껏 사랑만 해도 부족한 시간이라는 흔한 말을 어떤 노부부의 인터뷰에서 들었을 때 머리가 띵 했다. 왜 더 너그럽지 못했을까, 왜 입에 가시를 품고 말했을까. 



*

사랑은 근사한 것보다 사소한 것이 더 크게 다가올 때가 있어 알다가도 모르겠다. 크고 비싼 선물보다 내가 드러눕기 전에 가디건을 돌돌 말아 재빨리 머리 위치에 놓아주는 무의식적인 행동, 그런 것들.



*

진심은 오직 진심과 닿았으면 좋겠다. 둘의 온도가 정확히 같진 않아도 늘 비슷했으면 좋겠다. 같은 공간에 있을 때 두 마음도 그 공간에 있으면 좋겠다. 그럴 때 우린 늘 조금 더 먼 곳으로 갈 수 있어.



*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향한 응원으로 따뜻했던 밤. 시덥지 않는 대화 속에 은근한 애정이 묻어있었던 밤. 우린 나중에도 이런 얘기하면서 낄낄거리고 놀 것 같아, 하면서 변하지 말자는 말을 대신했던 밤. 



*

저마다 허리에 서로를 잇는 끈을 묶고 사방으로 뜀질하는 다각 줄다리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를 넘어지게도 일어나게도 움직이게도 멈춰버리게도 하는. 끈이 팽팽할 정도로 서로 같은 힘으로 달리면 힘의 균형이 생겨 그 누구도 넘어지거나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다. 서로를 일으키고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들이 떠올랐다. 서로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 그거 하나면 돼, 했던 과거의 말들도 생각났다. 



이전 18화 사람은 사람으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