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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바라기 Jul 03. 2020

아들의 폭풍 칭찬이 간절히 듣고 싶다

아들의 맛 최고 별점 야무지네를 듣고 싶네요

아이들은 볶음밥을 좋아한다. 그만큼 볶음밥에는 호불호가 적다. 우리 집 두 녀석 모두 볶음밥을 해준다고 하면 불만이 없다. 생각해보면 내가 요리를 시작한 것도 아이들 볶음밥을 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예전 특별히 요리를 좋아하거나, 잘하는 요리가 없을 때가 있었다. 아내가 약속이 있어서 외출 시 아이들과 밥을 챙겨 먹어야 할 때나, 휴일 아침에 아내 대신 아침 식사 당번을 맡았을 때, 보통은 아내가 미리 준비해 놓은 반찬을 꺼내고, 찌개를 덮여 밥상에 차리는 게 전부였다.


시간이 지나며 아이들은 커갔고 아내나 나도 나이가 들면서 매번 밥을 먹는 것보다는 가끔은 라면도 끓여먹고, 있는 반찬 꺼내서 비벼먹기도 하면서 자주 오지는 않는 날을 마치 특식인 양 즐겼다. 그러던 어느 휴일 아침, 찌개나 국도 없고, 특별한 반찬도 없고 해서 라면을 끓일까 하다가 냉장고에 먹다 남은 햄과 양파가 있는 것을 보고 밥을 볶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칼질은 서툴렀지만 양파와 당근 마지막으로 햄을 알맞은 크기로 잘 썰고 나서, 넓은 후드에 기름을 두르고 밥을 볶아보았다. 남아있던 햄이 'S팸'이라 어느 정도 간이 되어있다는 생각에 특별히 간을 하지 않고 볶아서 내놓은 게 아마 내 첫 볶음밥이었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 고슬고슬하고, 따뜻한 볶음밥을 떠서 아이들이 한 입씩 먹는 걸 보고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내 첫 볶음밥을 먹은 소감을.


 "민수, 지수. 아빠표 볶음밥 맛이 어때?"  

 "음, 하나도 짜지 않네. 그냥 건강한 맛이야."


이렇게 얘기하고 크게 웃는 큰아이를 보며, 아이들 표정은 밝았지만 입맛은 속일 수가 없나 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맛이 없다고 하지 않은 걸 감사해야 하나 싶었다. 우리 큰아이의 맛 평가는 지금도 냉혹하지만, 어릴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었다. 다만 그때는 맛이 없어도 잘 먹었지만, 지금은 맛없으면 안 먹는다는 차이 정도가 있을까. 이런 까다로운 아들의 입맛을 만족시키려고 난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아들의 이런 맛 평가의 최고 칭찬은 '오늘 음식 정말 야무지네'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미슐랭의 별 세 개와 같은 특급 칭찬 정도 될까.


이젠 내가 요리하는 볶음밥은 적당한 경지에 이른 듯하다. 그래서 자주 하는 요리는 아니지만 하면 실패를 모르는 절대 불패의 음식이 되었다. 내가 하는 볶음밥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중 가장 대표적인 볶음밥 몇 가지가 햄야채 볶음밥, 삼겹 부추 볶음밥 그리고 오늘 소개할 계란야채 볶음밥이다. 내 볶음밥은 주재료만 바뀌고, 양념은 모두 비슷하다. 굴소스와 간장이 기본이다. 아내 볶음밥의 메인은 김치다. 그래서 아이들은 가끔 내가 김치볶음밥을 하면 늘 얘기한다. 경로를 이탈했다고.


그래서 우리 집은 볶음밥 종류별 담당은 항상 정해져 있다. 아내는 김치볶음밥, 난 야채 볶음밥. 내가 야채와 주재료를 조리하여 볶음밥을 만들면, 우리 가족은 행복한 표정으로 볶음밥을 먹는다. 그 이유 하나면 충분하다.


 나의  볶음밥은 우리 가족에 대한 사랑이다.

 


휴일 아침 우리 가족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어요. 냉장고를 열었더니 오늘은 그 흔하디 흔한 햄 한 조각도 안 보여 볶음밥엔 조금 아쉬울 수 있는 계란을 이용한 계란야채 볶음밥을 해봤어요. 재료 준비는 냉장고에 있는 양파와 당근, 새송이 버섯, 대파를 적당한 크기로 잘 썰어주고, 달걀 2개는 잘 풀어서 준비해요. 우선 잘 달궈진 웍(팬)에 기름을 두르고 야채를 모두 넣고 잘 볶아준 뒤에 풀어놓은 달걀을 골고루 둘러서 다시 한번 잘 볶아요.

이렇게 볶으면서 우선 굴소스로 1차 간을 해요. 이렇게 간이 적당히 베인 야채, 달걀 위에 함께 볶아줄 찬밥을 얹고서 다시 한번 센 불로 볶아주면서 마지막 간장으로 간을 하면 오늘 아이들과 함께 먹을 볶음밥 요리는 끝이에요. 오늘은 냉장고에 소고기 양념 부챗살이 조금 남아있어서 잘 구워서 함께 플레이팅 해봤어요. 그럼  오늘 요리는 소고기 계란야채 볶음밥쯤 되지 않을까 싶네요. 주말 아침 간단하게 아빠표 볶음밥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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