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로 인정받는 과정
간절함이 만들어낸 결과
'승진을 축하합니다'
팀장님과 면담 자리에서 승진 소식을 접하고 기분이 얼떨떨했다. 정해진 근속연수가 아닌 성과에 따라서 승진하기에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커리어 전환 후 첫 월급은 130만 원. 그리고 4년 뒤, 7년 차 엔지니어 월급을 넘어서게 되었다. 그동안의 수고를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7년 넘게 해왔던 일을 그만두고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커리어 전환하기 위해 고생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승진 그 자체도 기분 좋았지만 마케터로 인정받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 뿌듯함이 더 컸다. 4년 동안 마케터 커리어를 되돌아봤다.
<커리어 전환 후 마케터가 되어가는 과정>
1)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여행사 취업
2)오퍼레이터로 입사했지만 마케터가 적성에 맞아 잘할 수 있는 일이라 마케터로 취업하기로 결심
3)여행사 신입 마케터 취업
4)1인 마케터로 다양한 마케팅 업무를 접함
5)성장의 한계가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어 산업 분야를 바꾸기로 결심
6)핏에 맞는 산업과 직장을 찾기 위해 프로이직러가 됨
7)현재 회사에서 3년째 동반 성장하는 중
엔지니어 7년 차에 뒤늦게 커리어 전환을 시도했고 빠르게 성장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시작은 늦었지만 부지런히 쉬지 않고 따라간다면 간격을 좁힐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최선의 노력은 회사 안팎에서 마케터 모드로 살아가는 거였다. 잘하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지속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간절한 마음이었다.
두 번째 주니어의 포지셔닝
앞선 두 곳의 여행사와 달리 이번 회사에서는 깊이감 있게 일을 배우고 싶었다. 1인 마케터로 일하면서 키우기 어려웠던 2가지 역량. 마케터 업무의 전문성을 끌어올리는 것과 팀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었다. 입사 후 포지셔닝을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았다.
1) 어떻게 커리어를 성장시킬 것인가?
인하우스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 참여해 성과를 내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 늘 배운다는 자세로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반복하면서 익숙해지고, 나만의 스타일로 차별화하여 내 것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경험하고 싶다.
2) 어떻게 동료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나이에 비해 경력이 짧아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상대방이 어렵게 느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먼저 반갑게 인사하고 관심을 보이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함께 일하면서 더 큰 시너지를 만들려고 한다.
3) 부족한 역량은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사회생활 10년 차의 노련함은 바로 평정심이다. 일을 지속적으로 잘 해내기 위해서 컨디션 관리를 늘 최우선으로 신경 썼다. 회사 밖에서는 독서모임, 커뮤니티,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활동과 강의를 찾아 듣고 스터디하며 얻은 괜찮은 인사이트는 회사 실무에 적용해 보면서 빠르게 성장하려 한다.
온보딩 하기 전 나만의 일에 관한 철학을 세웠다. '일을 깊이감 있게 배우자'라는 목표 아래 커리어, 팀워크, 자기 계발에 대한 세부 목표를 세웠다. 그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던 커리어와 팀워크에 대해 회고의 시간을 가졌다.
커리어 확장의 핵심은 피봇팅
콘텐츠 마케터로 입사한 지 3개월 만에 광고 크리에이터로 업무가 변경되었다. 회사가 성장하고 마케팅 조직이 커지면서 팀이 여러 개로 나눠졌기 때문이다. 여행사에서 광고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한 경험은 있지만 전문적으로 하던 분야가 아니라서 잘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1년 동안 월 100건씩 광고 소재를 기획하고 A/B 테스트하면서 나만의 인사이트와 성공 방정식을 찾아갔다.그해 KPI 목표 성과도 달성했다. 회사의 비전과 방향에 따라 조직이 개편되었고 그때마다 업무 롤이 변경되는 경험을 했다.
이후 프로모션 기획자로 포지션이 바뀔 때는 더 부담감이 컸다. 세일즈, 디자인, 운영, 개발 등 유관 부서와 유기적으로 해야 할 업무로 협업해야할 일이 상당히 많아졌기 때문이다. 일의 연결고리를 찾고 접점에서 더 나은 해결책을 찾는 것부터 커뮤니케이션까지 일 외적으로도 신경쓸 부분이 많았다. 또 웹페이지 개선을 위해 아래 업무도 추가되었다.
- 프로모션 콘셉트 및 상세페이지 기획
- 프로모션 성과 측정 및 분석
- 매체별 광고 및 콘텐츠 기획과 전략
- 웹사이트 UXUI 및 퍼널 별 전환율 개선
기케터라고 불릴 정도로 기획자와 마케터, 디자이너가 해야 할 업무까지 동시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궁금한 점이 생기면 정보를 찾아보고 테스트, 분석, 결과를 이끌어 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재미있다.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동료나 유관 부서의 협조를 받아 함께 해결해 가기도 하는데 올해는 디자이너와 기민하게 협업하면서 웹페이지 전환율을 높이는 과정에 공들이고 있다. 그러면서 UXUI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그쪽 분야로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다.
배우는 것 자체를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적기 때문에 어떤 일을 맡기더라도 잘 적응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좋게 평가되었다.
빛과 소금 같은 존재
사회생활 10년이 넘었고 일할 때 나만의 업무 철학과 스타일이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업무 시너지를 낼 것'
요즘 나의 일에 대한 철학이고 5가지 철칙은 다음과 같다.
1) 마감 일을 무조건 지킬 것 > 신뢰
2) 기획안의 목표와 콘셉트 공유할 것 > 히스토리
3) 새로운 의견을 추가할 것 > 차별화
4) 피드백을 편하게 주고받을 것 > 소통
5) 늘 배우려는 자세로 임할 것 > 겸손
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시간'이다. 기획자가 일정을 지키지 못하면 후순위 작업도 동시에 밀리기 때문에 파급력이 크다. 자칫 집행 예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진행 중인 일과 일정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늘 시트에 변경된 일정은 반영해둔다.
기획안이 완료되면 업무 히스토리를 적어 관련된 모든 유관부서와 담당자에게 '공유'한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떻게 콘셉트를 정하고 설계했는지 유관부서 동료들과 미리 논의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하여 진행하기도 한다. 또 관련 있는 타 부서에도 메일을 보내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를 미리 파악하도록 한다.
우리 팀의 강점은 '피드백'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점이다. 서로에게 배우려는 '겸손함', 다른 사람의 의견을 통해 더 나은 '해결책'을 찾는다. 그 바탕에는 끈끈한 동료애가 있다. 협업을 잘할 수 있게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사람으로 팀장님께서도 그 부분을 콕 집어 칭찬해 주셨다.
면담하면서 팀장님께 받았던 칭찬이다.
' 팀에 없어서는 안 될 빛과 소금 같은 존재예요. 빛과 소금이 늘 곁에 있어서 소중한 지 모를 수 있지만, 없어서 안될 필수 존재인 것처럼 OO님도 그래요. 팀 내 엄마 같은 존재로 팀원들을 잘 챙겨주고 있다는 거 잘 알고 있어요. 늘 고마워요’
면담하면서 이런 칭찬은 처음이었다. 팀 내 가장 나이가 많은 팀원이라 나를 어렵게 느끼지 않았으면 해서 '밥 먹자, 커피 마시자, 이야기하자’ 친밀감을 쌓기 위해서 틈틈이 시간을 같이 보내려고 노력했다. 늘 적극적으로 팀원들과 함께하는 행동이 팀워크를 좋게 만드는 요인이라 평가해주셨다. 덕분에 우리 팀은 3년 동안 퇴사자가 없는 유일무이한 팀으로 순항하는 중이다.
마케터로 성장하기 위해 4년 동안 열심히 달려왔다. 지금처럼 일을 지속한다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을거란 생각을 했는데 오산이었다. 입사 후 2년 6개월 만에, 커리어를 전환하고 첫 번아웃이 왔다. 무기력해진 내모습을 보고 번아웃임을 알아차렸다. 어떻게 이겨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