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켜주시면 안 될까요? 플리즈
바람이 불어와
강아지 머리를 쓰다듬어요
기분이 좋아진 꼬리가 춤을 추고요
해님이랑 놀던 고양이도
오랜만에 온 손님을
지그시 바라보네요
패딩점퍼를 입은 연주가는
작은 음악회를 열어요
우리는 왈츠를 추듯 걸어요
꽃은 아직 이사를 못 왔다고
이제 막 짐 정리가 끝난 나뭇잎이
얘기해 줬어요
킁킁 냄새를 맡던 강아지가
9년 전 처음 왔을 때 향기를 맡았대요
뱅그르르 도는 게 꼭 2살 같아요
계단을 스스로 오르는 강아지
깡충깡충 그때도 지금도
칭찬해 달라고 웃어요
잘 가라고 또 오라고
공원이 손 흔드는 모습이
강물에 둥둥 떠다녀요
삐삐랑 자주 가는 산책코스 중에 선유도공원이 있습니다.
2003년 제가 대학생일 때 처음으로 친구와 왔던 곳을 2016년 강아지와 산책하러 왔을 때 감개가 무량하더군요.
백수일 때는 매일 선유도로 산책 다녀오는 것이 중요 일과 중에 하나였어요. 삐삐를 위해 그 정도는 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했던 거죠.
정작 공원에 가면 강아지보다 제가 더 힐링받았어요.
진짜 선유도공원은 사계절 내내 예쁘거든요.
봄에는 수양벚꽃이 흐드러지게 펴서 말도 못 하게 예쁘고요,
여름에는 푸릇푸릇한 색감도 예쁘고 자연이 만들어내는 그늘도 좋고요,
가을에는 단풍구경 어디 멀리 안 가셔도 돼요! 돗자리 하나 펴고 사진 찍으면 그냥 예술사진이 됩니다.
겨울에는 그 고요함이 수목원 같이 좋다고요.
처음에는 선유도공원으로 가는 관문인 아치형 선유교를 무서워했었는데요. 삐삐가 이끄는 대로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무서움을 극복했어요. 귀여운 뒤태만 보고 걸었더니 차츰 나아지더라고요.
그리고 공원 안에 고양이들이 사는데요. 숨은 그림 찾기처럼 숨어있다가 가끔 보이는데 그때마다 아이들 표정이 평화로워 보여서 참 좋아요. 보호받고 사는 아이들의 표정이랄까요.
공원 안에 흔들의자가 몇 개 있는데 커플들이 장악할 때가 많거든요.
언제는 그게 비어있어서 득템 한 기분으로 삐삐랑 앉았는데 어지럽더군요. (그래서 커플이 못 되는 건가...)
또 이름 모를 작고 예쁜 새들이 있어요. 그런 아이들 하나씩 볼 때마다 행운이 곁에 있는 느낌이 들어요.
참, 선유도공원에 피아노 한대가 있어요.
저녁때 가면 중년 남성분이 가요, 가곡을 넘나들며 연주하시는데 오늘은 패딩입은 중년 여성분이 클래식을
연주하시더라고요. 낭만 있지 않나요?
공원 한 바퀴 돌고 집에 가려면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요.
계단이 좀 많은데 삐삐가 하나씩 스스로 다 올라가면 제가 잘했다고 칭찬해 주거든요.
이제는 계단에 거의 다 오를 때쯤 칭찬해 달라고 저를 보고 씩 웃는데 그게 또 너무 귀엽고 귀한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 모든 행복의 순간을 만들어준 선유도공원을 사랑합니다.
작년에도 선유도공원 관련 시를 몇 편 썼는데 그중 한편 소개해 드리고 이번 회차 글 마무리할게요.
다음 주에 봬요!
달콤한 늦잠을 접고
봄같이 어여쁜 옷 입혀
해사하게 걸으려던 길을
6.2kg의 못마땅함이 막아서자
이름 모를 새는 목련 꽃을 입에 문채
타이르고
처음 보는 개는 코앞까지 와서
흥을 돋우는 데
기어코 도달한 선유교에
비둘기 한 마리 우리를 환대해
수직 날갯짓으로 앉았는데
용케 소리 지르지 않고 인사를 건네니
하늘은 구름을 볕에 말리며
땅은 새로 깐 연두색 카펫을 내밀어
어서 오라고 손짓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