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는 이 눈에는 눈

마음에는 마음

by 희삐
시인님과 강아지


연결고리


성당 의자에 앉아 있으니

예수님 다니시는 길로

강아지가 뛰어 오네요


저에게 다가와

눈을 마주치길래

안아 줬어요


머리카락이 짧기도 하고

곱슬거리기도 하고

길기도 하고

그 머리 쓰다듬어 줬어요


주름진 손도 있고

퉁퉁한 손도 있고

거친 손도 있어요

그 손 꼭 잡아 줬어요


언젠가 받았던 미소를

주머니에서 곱게 꺼내

평화의 인사와 같이 전해요




강아지랑 길을 걸을 때면 사람들의 반응들이 제각각입니다.

찡그리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보통은 너무 좋아해 주세요.

무표정으로 걷다가 환하게 웃는 분들도 계시고요.

너무 귀엽다고 큰 혼잣말을 하실 때도 있고요.

적극적으로 이름을 물어보시거나 만져도 되냐고 물어보시는 분도 계세요.

"인형 같다"라는 말을 들으면 제 칭찬을 들은 것 마냥 으쓱대고,

"살쪘구나"라는 말을 들으면 괜스레 제 몸매도 보면서 우울해지고요.

"갈색 비숑이야"라고 여자친구에게 자랑스레 말하는 남자친구분들도 계셨어요.

그러면 "갈색 푸들입니다"라고 정정해 드립니다. 하하.


제가 삐삐 데리고 북토크도 많이 갔거든요.

작가님들과 서점 관계자분들 그리고 게스트분들도 삐삐를 많이 좋아해 주세요.

고양이를 키우시는 시인님이 고양이와 관련된 책을 내셔서 사인회를 갔을 때였어요.

삐삐가 원래 사람을 반겨도 3초만 반기고 무심한 편인데 시인님은 처음 봤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한참을 다정하게 바라봐서 잠시 질투한 적이 있었습니다.

(사진이 그때 그 장면입니다.)

이번 주에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는데 잠시 삐삐가 달려와서 저에게 안기는 상상을

했어요. 상상 속 삐삐를 한참 쓰다듬고 있는데 그 손이 다른 사람들에게로 옮겨져 신자분들 한 분 한 분

쓰다듬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모두 귀한 분들이고 그분들도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무슨 갑작스러운 인류애 모먼트일까 싶었지만 삐삐에게 주신 많은 관심과

사랑의 기억들이 모여 저도 그걸 누군가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 같아요.


'강아지를 사랑하면 사람도 사랑하게 된다'

이 공식이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에게도 성립되기를 바라면서 작년에 삐삐가 받는 사랑을 시로 표현한 적 있어 소개해드리고 마무리할게요.

다음 주에 또 봬요!




공동육아


엘리베이터에서 미소로

인사하는 이웃들이


어김없이 찾아와

보채도 허허 웃으며


살찔까 한 알씩

다리 아플까 앉아봐

쓰다듬는 경비 아저씨들이


얼굴만 보여도 기꺼이 맞아주는

단골가게 사장님들이


멀리서 보고 싶다고 찾아온

언니의 따뜻한 뽀뽀가


오늘도 꼬마 개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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