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먹으세요.
우리 언니가 인생은 경험 이랬어요
저는 그래요
견생은 먹는 거라고요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세상 모든 것을 먹어요
언니는 그런 저를 혼내요
사랑이 죄는 아니잖아요
숨기고 또 숨겨도 제 사랑은 감출 수 없을 걸요
오늘도 찾아 나섭니다
입에 걸리는 모든 것을 씹고 삼켜야 완성됩니다
제가 얼마나 언니를 사랑하는지 보여줄 거예요
최근에 자동급식기를 샀어요. 예전보다 삐삐가 공복토를 하는 횟수가 급격하게 늘어서 제가 자고 있을 때나 집을 비울 때 수시로 조금씩이라도 주려고 샀습니다.
예전부터 살까 망설였는데 안 산 이유는 간단해요. 삐삐가 급식기를 갉아먹을까 봐서예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으시죠?
그 얘기를 들려드릴게요.
때는 바야흐로 정삐삐가 우리 집에 온 첫 해였을 거예요.
그때 살던 수원집 뒤에는 산이 있었는데 산에만 올라가면 어디든 숨겨져 있던 버려진 휴지를 귀신같이 찾아내 호로록 먹었습니다. 그게 시작이었죠.
그 뒤로 삐삐는 산해진미 먹듯 빨랫감에 입을 대기 시작합니다. 수건, 속옷, 면티, 걸레까지 멀쩡한 천을 보면 쥐처럼 갉아먹었습니다. 네, 진짜 먹어요. 왜냐하면 구멍이 났는데 그 구멍조각이 없어요. 흔적도 없어요.
그래서 빨래는 말라도 안 말라도 다 숨겨놓고 출근해야 합니다.
강아지 치약 중에 닭고기 맛이 나는 치약이 있어요. 그 치약을 통으로 뜯어먹었어요. 치약 튜브까지 먹었다는 얘기죠. 또 그 옆에 있던 칫솔도 헤드를 삼켜서 병원 가서 토해 빼냈고요.
머리핀 위에 장식되어 있는 실도 뜯어먹었고요. 볼펜도 고무 부분을 뜯어먹었고요.
구두밑창도 뜯어먹었고, 최근에는 사진처럼 케이블도 똑 끊어 먹은 흔적이 있었습니다.
빨래를 먹어 빨래를 숨겨 놓으면 이전에는 전혀 건드리지 않던 것들을 하나하나 입에 대는 식이에요.
그럼 하나하나 치우는 거죠.
배변패드는 진작에 휴지와 같은 재질로 보이는지 뜯어먹어서 방수패드를 빨아 쓰거든요?
그걸 널어놨는데 그것도 먹는 걸 보고 빨랫감과 같이 입이 닿지 못하는 곳에 숨깁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을 먹겠다는 의지인 걸까 궁금해지는 삐삐예요.
이 얘기를 반려인들한테 하면 아직도 그러냐고 의아해합니다. 다들 1~2살까지 하고 졸업한 비행(?)이거든요. 벽지는 아직도 별미로 즐기셔서 저의 가전은 전부 벽을 가리는데 쓰입니다. (인테리어 노노, 견테리어 예스)
자동급식기는 생각보다 튼튼하고, 삐삐도 사료 먹고 그릇만 좀 더 핥다가 말더라고요. 혹시 몰라 배터리 충전용으로 사서 전선 물어뜯을 걱정도 없습니다. 다만 아침잠을 지키겠다는 욕심도 있었는데 자동급식기에 사료알 부딪히는 소리가 너무 커서 저도 잠에서 깬다는 단점이...
생각해 보면 제가 집에 없는 동안 무료해서 생겨난 일인 거 같기도 해서 미안해요. 더 함께 있어주고,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해야겠습니다. 자동급식기와 함께 슬기롭게 삐삐의 미식여행을 제지해 보렵니다.
그럼 작년에 삐삐가 새 수건을 해 먹고 난 후 쓴 시를 공유하며 이번 주 글도 마무리합니다.
다음 주에 봬요!
잘근잘근 씹을 게 필요했어요
제 마음이 간질간질하거든요
언니가 저를 두고 어디를 간 거 같아요
오늘은 올까요
마침 수건이 보이네요
한때는 수건들이 한 입 거리에 있었는데
살짝 점프를 해보아요
그렇죠 제가 수건을 물었어요
언니 올 때까지 씹어볼게요
언니가 왔어요
역시 수건을 먹길 잘했어요
왜 삿대질인 건지 모르겠어요
어쨌든 집 나간 언니가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