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집에 얹혀사는 이야기
파란 하늘 흰 구름
함께 걷고 싶어
콧구멍을 크게 벌려
좋아할 냄새를 찾아
두리번두리번
눈이 가는 자리에 강아지 한 마리
쓰다듬고 싶은 손을 감추고
네 이름을 살짝 불러
더워서 물을 벌컥벌컥 마시면
내 품에는 물을 뚝뚝 흘리는 인형이 있어
곱슬머리에 눈빛은 또랑또랑
나를 보고 웃고 있는
이름은 여섯 글자
잘. 있. 니. 곧. 갈. 게.
사진은 제가 화장을 하려고 서면 보이는 풍경입니다. 온갖 종류의 삐삐 미니미들이 저를 바라보고 있어요.
많이도 모았다 싶고 그런 제가 웃기기도 하고 자세히 보면 하나하나 삐삐랑 닮은 구석이 있는 아이들이 신기하기도 해요. 제가 산 것도 있고, 그런 저를 잘 아는 지인들이 선물해 준 것도 있답니다.
본격적으로 삐삐를 닮은 무언가에 꽂히기 시작한 건 삐삐가 제주도 본가에서 부모님이랑 살던 때였을 거예요. 삐삐가 너무 보고 싶어서 하나 둘 모으기 시작했고, 배송료 3만 원을 내고 일본 직구대행 사이트에서 갈색 푸들 USB를 산 적도 있어요. 삐삐사진을 보내서 삐삐를 닮은 작품을 의뢰하기도 했고요.
이 사진 안에 있는 인형이 바로 삐삐 사진으로 작가님이 만들어 주신 거예요. 용도는 똥츄주머니입니다.
삐삐와 싱크로율이 너무 높아서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배경은 작년에 여행 다녀온 코펜하겐의 티볼리입니다. 예쁜 풍경을 보면 저절로 삐삐 미니미를 꺼내 들고 사진을 찍게 되더라고요. 삐삐대신 찍고 대리만족했습니다.
제가 작년까지 2년 동안 살고 있는 동네의 SNS서포터로 활동했는데요. 취재할 때 삐삐와 함께 할 수 없는 곳은 삐삐의 미니미 중 하나인 뽀뽀와 함께 사진을 찍었어요. 서포터명 자체도 삐삐네로 시작했기 때문에
저희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죠. 하하.
집에 와본 지인들이 대부분 하는 소리가 "삐삐 집이네"입니다. 삐삐를 닮은 인형, 갈색 푸들 담요, 화분, 스노볼, 자석 등등 소품 하나하나 푸들푸들하거든요. 이제 삐삐랑 같이 사니까 졸업할 때도 됐는데, 요즘 다이소도 그렇고 디자이너분들 중에 갈푸족(갈색푸들을 키우는 민족)이 많아졌는지 아이템들이 왜 이렇게 푸들푸들하고 귀여운 지 모르겠더라고요. 하나씩 슬금슬금 또 사고 있더라고요.
진짜 갈푸족들은 이해하실 거예요. (어쩌면 저만 그럴 수도..)
그래도 이제는 웬만한 것에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노력 중입니다 ^^;;
위의 시는 삐삐 미니미와 여행했을 때를 떠올리며 지은 시입니다. 미니미만 보면 삐삐를 떠올리며 잘 있니? 곧 갈게!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미니미 이름이 '잘있니곧갈게'가 돼 버린 거죠. 하하.
작년에 덴마크에 가면서 쓴 시를 공유하고 이번 글도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제 정말 따뜻한 봄이 왔어요. 마음도 따뜻한 봄이 되시길 바라요.
5년 동안 빈칸만 채우던
캐리어를 꺼낸다
묵혀놨던 그리움을 탁탁 털어 넣는다
여기저기서 사 온 반가움을 넣는다
부풀어진 설렘을 뽁뽁이로 감아
터지지 않게 한다
잘 다녀오라는 친구들의 인사는
고이 접어 백팩에 넣는다
어딜 가는 거냐고 묻는 강아지의
눈빛을 키링으로 달고
엘리베이터를 탄다
고운 바람이 분다
짐을 가벼이 끌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