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 되고 아이와의 주말은 180도 달라졌다. 함께 외출을 하려면, 친구와의 약속이 1순위가 된 아이에게 스케줄을 물어보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말로는 익히 들어왔지만 직접 겪으니 체감 온도가 매섭게 차다.
그래도 아직은 순한 맛인 우리 집 중등어린이는 주말 중 하루만 친구를 만난다. 하지만 이틀연속도 머지않았지. (인스타 스토리에 "나랑 도서관 메이트 할 사람? "이라고 올린 걸 보았다. 이 아이는 도서관에서 하루종일 보내고도 아쉬워하는 아이이므로, 친구와 함께 한다면 아마 천국이겠지. )
지난주에는 친구 생일파티가 있다고 미리 공지를 했다. (가족외출에 동참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치킨가게에서 생일파티를 하고 롤러장에서 실컷 놀고 노래방이나 만화카페를 가게 될 것 같다며 설레어했다. 아이는 예쁜 상자를 사서 다양한 선물을 넣고 친구가 좋아한다는 초콜릿도 가득 담았다. 두 시간 동안 친구에게 줄 그림을 그리고 정성을 담아 편지를 썼다.
바야흐로 주는 기쁨을 만끽하는 중이다. 받는 기쁨과는 다른 차원의 행복이 차오르는 것이 주는 기쁨이다. 주기 전까지 몇 번이고 상상을 해본다. 상대가 받을 기쁨과 표정을 떠올려보면 줄 수 있어 행복해진다. 기꺼운 마음으로 아이는 선물을 준비했다.
요즘 아이들은 올리브영 상품권이나 문화상품권으로 선물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심지어 주고받을 일도 없이 기프티콘으로 주는 친구들도 많다고 하여 생경함을 느꼈다. 변한 시대에 내가 적응을 못하는 건가?
하여 소심한 나는 괜히 미안해져서, 너도 다음엔 친구생일에 상품권을 주자고 했더니 돌아온 아이의 대답이 당차다.
"엄마 나는 그냥 지금처럼 선물 준비할 거야. 좋아하는 게 뭔지 물어보고 상자에 가득 채워서 줄 거야. 편지도 쓰고 그림도 그릴 거야. 내 선물을 받고 엄청 좋아하던데! 아! 근데 나는 올리브영카드 받고 싶기도 해 ㅋㅋㅋ 올리브영 카드를 상자에 넣어서 꾸며도 좋겠군! "
오. 언니 멋져. 뭔가 내가 작아진 기분.
아이는 친구들이 주는 편하고 가성비 좋은 선물을 따라 하지 않는다. 정성스럽게 마음을 담는 법을 알기 때문이다. 또래들의 비속어나 욕설도 쓰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친구들을 싫어하지 않는다. 좋아하고 어울리고 공감한다. 그 속에서 함께이지만 스스로 정해놓은 무언가는 단단하게 여미고 있는 아이이다.
그러고보니 나는 갖지 못했던 마음이다. 학창 시절의 나는 잘 휩쓸렸다. 이리저리 친구들에게 휩쓸리다 보면 나의 마음은 닳디 닳아서 얇은 막이 되어 있었다. 툭하면 터질 것 같은 마음으로 별것도 아닌 일에 또 얼마나 눈물바람이었는지. 그때의 나에게 지금의 우리 딸을 소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