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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해로 Apr 21. 2021

여행과 청춘들의 닮은꼴 찾기

5. 여행 속에 담겨있는 또 다른 청춘 이야기

    

여행과 청춘은 닮아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여행에 관한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고 또 하나는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나는 전자에 해당하는 부류인 듯하다. 가족들과의 여행을 꿈꾸지만 늘 마음뿐이다. 10년 전 아내와 함께 제주도를 가려고 마음먹은 것이 아직도 마음속에 있으니 말이다.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이 내 몸을 유혹하지만, 내 몸은 환경에 얽매이고 시간은 여행을 틀어쥐고 놓아주지 않았다. 

      

누군가는 '인생이란 것은 종착역을 향해 가는 기차여행'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간이역에서 즐길 수 있는 것과 열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을 잘 구분해야 한다고 귀띔해준다. 여행에도 이런 팁이 있듯이 우리의 삶도 유용한 팁들이 많다. 삶에 유용한 팁들은 많지만, 대표적인 것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분리할 수 있는 일반상식과 지식을 쌓는 일이다. 그리고 먼저 해야 할 일과 나중에 해야 할 일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도 필요하다. 결국은 여행을 하는 것도 지식과 지혜가 동원되는 인생의 한 부분인 것이다. 

     

'여행'이 주는 어감은 희망이며 설렘을 동반한 기쁨이다. 어린 시절에 봄 소풍을 맞이한 전 날 밤처럼 설렘 가득한 마음이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으니, 여행과 청춘이 닮았다고 우겨보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여행이라면 늘 설렘이 있는 기쁨이어야 한다. 그리고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 활기찬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나의 물음표가 대책 없는 충동질이 될 수 있다. 나의 대책 없는 충동질로 인하여 무질서하게 흔들리는 위태로운 젊은 청춘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을 고난의 행군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촌각(寸刻)을 다투며 변하고 있고, 변하고 있는 시간과 시간을 잇대어 있는 모양새들은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간여행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오늘과 내일이 다르게 변하고 있다. 마치 기차를 타고 가면서 유리창문으로 지나치는 풍경을 보는 것과 같다.  

   

충지(冲止 1226~1293)의 속명은 위원개(魏元凱)이다. 19세에 춘위(春闈)에 나아가 장원을 하고, 그 뒤 영가서기(永嘉書記)에 부임하여, 벼슬이 금직옥당(禁直玉堂)에 이르렀지만, 29세에 선원사(禪源社)의 원오국사 문하에서 승려가 되었다. 원나라 세조가 충지를 무척이나 흠모하였다. 고려 충렬왕(1275년) 때 원경(元京)에 초대하여 빈주(賓主)와 스승의 예로 대하였을 정도이다. 충지는 지눌문중의 대선사였는데, 유사(儒士)들처럼 천명을 믿고 운명에 안주하는 조화로운 사상을 가진 승려였다. 그런 그가 숨을 거둘 때 제자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은 평탄하구나. 너희들은 잘 있으라"라고 말했다. 삶도 여행인데, 죽음도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행이라는 말이다. 인생은 종착역을 향해 가는 기차여행이 아니라, 서울지하철 2호선과 같은 순환여행이라는 말과 같다.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輪廻)의 여행이다. 

    


여행과 청춘이 닮은 이유는 도전이다. 2 심방 2 심실의 동력엔진을 장착한 청춘들은 인공지능보다 뛰어난 감각으로 여행을 계획한다. 청춘의 동력엔진은 방금 출시된 '부가티 치론 슈퍼 스포츠 300+'의 1,578마력 엔진과 같다. 청춘이여, 갓 출시된 1,578마력의 스포츠카 엔진에 차 키를 넣고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기분을 상상해보라. 웅웅거리며 울부짖는 부가티 치론 슈퍼 스포츠카의 엉덩이에 점화되는 불꽃들은 아름답다. 그 불꽃들은 동력을 태우는 찌꺼기가 아니다. 가슴 뜨거운 청춘의 꿈들이 세상에 도전하는 열정에 점화되어 뿜어내는 희망의 불꽃이다. 그래서 여행은 무한한 축복이다. 새로운 길을 떠나기 위해 오래된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는 손길에는 1,578마력짜리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손길처럼 시간의 리듬에 흔들리고 있다.     

 

여행하면서 만나게 될 풍경들은 여행하기 전에는 떠올릴 수 없는 느낌이었고, 여행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감동이다.     


청춘의 동력엔진인 심장의 수축(-)과 팽창(+)은 우주의 원리와 같다. ‘프리드만’의 팽창 우주론에서 '빅뱅 우주론'까지 체계적으로 정립한 이론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다양한 이론이 우주의 기원을 증명하려고 연구되고 있다. 빛이 있는 우주의 별들은 팽창하고 있고 빛이 없는 블랙홀은 계속 수축하고 있다는 이론도 그중 하나이다. 수축은 팽창하는 폭발력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팽창은 수축하는 흡인력을 위해 에너지를 내뿜는다. 우리들의 가슴에 장착한 2 심방 2 심실의 심장과 우주의 소멸과 생성은 은연중에 하나가 된다. 

     

우리들의 삶도 우주의 원리와 다르지 않다. 남자들은 여자들을 위해 노동을 하며 힘을 쓰고, 여자들은 남자들을 위해 에너지를 제공하며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이는 폭발하는 에너지를 갖고 있는 별들은 플러스 성질의 남성이며, 빨아들여 수축하는 블랙홀은 마이너스 성질의 여성을 의미하고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우리들의 심장이 우주가 태어나고 소멸하는 원리와 같다는 생각을 하면 심장의 뛰는 소리나 두근거림을 느낄 때 묘한 설렘으로 빠져든다. 그 묘한 설렘은 여행에서 느끼는 설렘과 다르지 않다.  

   

여행에도 레벨이 있다. 여행의 최고 레벨은 세계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대하소설을 읽어가듯이 세계지도를 보고 있으면 선과 글씨로 이루어진 땅들이 내 안으로 스며든다. 어떤 곳은 삼바축제처럼 격렬한 흥분으로, 어떤 곳은 시베리아의 차디찬 냉기처럼 싸늘한 느낌으로, 어떤 곳은 아프리카 광야에서 부르짖는 사자의 표호처럼 사납게 스며들어 나의 마음속에 켜켜이 쌓이고 있다. '마인드 트레블(Mind Travel)‘은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고통받는 인간들에게는 잠시 동안의 여유와 기쁨이다.  

    

세계여행에서 여행지를 5 대양 7 대륙으로 나누는 것은 재미없다. 5 대양이란, 지구면적의 30%를 차지하는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소금기가 거의 없는 북극해, 남극해를 칭하는 말이다. 7 대륙은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유럽, 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 그리고 남극대륙이다. 예전에는 5대양 6대주였는데 요즘에 온난화 현상으로 남극대륙이 추가되어 5 대양 7 대륙으로 불리고 있다.   

   

2 심방 2 심실의 무한 엔진을 장착하고 5 대양 7 대륙을 누비는 여행은 도전하는 청춘들에게 부여하는 특권과 같은 것이다. 청춘들에게 부여된 특권은 무한하다. 그 무한한 청춘의 에너지가 세계여행을 끝내고 우주로 나아갈 때 '도전'이란 의미는 찬연하게 존재한다. 우주선을 타고 태양계를 지나 은하계로 향하는 여행은 그 자체로 생명의 당연한 의무가 되는 것이다. 여행이란 명제는 생명이 존재하는 한, 시간 속이나 과학 속에서 혹은 우연한 마음속에서 새로운 기호나 언어로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수 만 분의 1로 그려진 여행지도를 보면 종이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보는 기분이다. 막연한 목적지를 찾아가는 여행을 하다 보면, 새로운 세상의 공기와 햇빛이 온몸으로 흘러 들어온다. 그리고 눈앞의 풍경들은 낯선 길 위에서 명멸한다.  

    

여행을 준비하고 몸이 나아가고 멈추는 것은 오로지 나의 몫이다. 청춘들의 삶도 그렇다. 결정해야 할 순간을 위해서 우리는 평상시의 시간을 쪼고 있다. 닭이 음식을 쪼고,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듯이 말이다. 결정해야 할 순간은 찰나에 해당하고, 평상시의 시간은 여유로운 것이다. 그러므로 여유로운 시간에 찰나의 시간을 준비하는 것은 공평하다고 볼 수 있다. 맹인이 지팡이를 의지하고 밖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청춘들에게도 준비된 시간으로 새로운 여행을 할 수 있는 지팡이가 필요하다.  

   

나의 몸과 세상 풍경들 사이에 거침없이 흘러드는 타인들의 눈길은 또 다른 여행이다. 오로지 몸으로 다가가는 여행에서 마음을 움직이고 생각을 열어야 하는 타인의 침범은 청춘의 여행에서는 새로운 것이다. 기진한 몸이 새롭게 다가오는 기진한 몸을 서로 포개가면서 각자의 시간을 꺼내놓고 대화를 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렇게 머뭇거려지는 타인들과의 여행은 기진한 여행 속에서 사이다 같이 청량한 신비로움이다.    

 

시는 종이 위에 피어나는 꽃과 같다. 때로는 수줍고 황홀하게, 때로는 감동적인 물결로, 때로는 설움의 눈물로 피어나는 꽃이다. 그래서 청춘을  아름다운 꽃이라고 하나보다. ‘사무엘 올만’의 '청춘'이란 시를 읽다 보면 첫 구절에 이렇게 적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그것은 장미빛 뺨, 앵두 같은 입술 하늘거리는 자태가 아니라,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을 말한다.


사무엘 올만이 말하는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은 청춘이 품어야 할 소중한 에너지 같은 것이다. 아무리 혈기왕성한 젊은 나이일지라도 도전을 실현시킬 열정이 없다면 청춘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나이가 60세 일지라도 열정이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청춘인가.

   

우리들 마음속에 청춘의 열망이 자글자글해질 때 2심방 2 심실의 동력엔진에 키를 꽂자. 그리고 가장 멋진 모습으로 과감하게 차 키를 회전시켜보라.  1,578마력부가티 치론 슈퍼 스포츠카의 엔진처럼 웅웅 거리면서 출발선에 서있는 청춘의 모습은 황홀하게 빛 날것이다. 이것은 결정의 순간을 머뭇거림 없이 열심히 준비한 청춘에 대한 보상이다. 그리고 포효하며 달려 나가는 1,578마력의 스포츠카 엔진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청춘의 열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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