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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각커피 May 03. 2019

나는 왜 우울하고 무기력한 집순이가 되었을까?

1장 나는 왜 우울하고 무기력한 집순이가 되었을까?



모아둔 돈도 없고 건강하지도 않은 나는 우울하고 무기력한 집순이가 되었다.






 2년간 작은 가게를 운영하다 정리를 하니 순식간에 나는 백수가 되었다.


  12월 마지막 추운 어느 날에 2년간 하던 작은 가게를 정리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이 계절마다, 그리고 날씨마다 오르락내리락하다 점점 떨어져 가는 수입과 주변 가게와의 경쟁.. 그 와중에도 꼬박꼬박 돌아오는 월세 내는 날은 나를 힘들게 했다. 한겨울 눈이 쏟아지고 바람이 불어 아무도 지나가지도 들어오지도 않는 가게 한 구석. 혼자 앉아 가게 불을 켜 두고 있는 시간... 한 해의 끝자락.. 모든 게 다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지치고 지친 와중에 연말 다음 세입자를 어렵게 만나 권리금을 적게나마 받을 수 있었고, 부랴부랴 다음 세입자분이 원하는 날에 맞춰 가게를 급하게 넘겨주게 되었다. 정말 그나마 다행이었다.



 급하게 가게를 넘겨주어야 해서 하루 만에 엄청난 집기와 재고를 가족들이 모두 집결해 대충 싸서 집으로 가져왔다. 엘리베이터로 몇 번을 옮겼는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은 버리거나 처분하겠지만, 내가 직접 만들고 산 물건들이라 함부로 버리지도 못했고 처분하기에는 또 애매한 양이라 누구에게 팔지도 못했다. 집에 오니 저녁이 훌쩍 넘은 시간. 분해되고 칭칭 감긴 짐들은 지겹고 보기 싫은 애물단지 마냥 눈에 보이지 않는 집 안 구석 여기저기 쑤셔 넣어 두었다. 그래 놓고는 모두 다 털어낸 것처럼 내 마음에서 힘들었던 것들은 한구석 덮어두고는 길었다면 길고 짧았다면 짧은 애증의 역사를 마무리했다.


 나는 ‘끝’와 ‘정리’는 같은 의미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 끝이 나에게 다 잘 된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다가 온 새해는 힘들었던 지금보다 더 좋을 일이 생길 거라며 전과 다른 한 해를 소망했다. 새롭고 더 좋은 곳에서 새로운 아이템으로 보란 듯이 성공하는 내 모습을 꿈꾸며 티브이에 울려 퍼지는 보신각 종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단지 골칫거리들이 내 눈앞에 사라지니 그 편안함에 안도하고 있었을 뿐.. 그게 정리가 된 것은 아니었었다.


가게를 그만두고 난 뒤부터 뜻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제일 기본인 몸부터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멋대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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