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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각커피 May 15. 2019

우울과 무기력의 늪에서

1장 나는 왜 우울하고 무기력한 집순이가 되었을까?



우선 나는 그 끈덕진 굴레에서 한 콤마(,) 벗어난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

2019년 다시 1월. 살아있다. 살아있다는 현실감이 느껴지게 숨을 쉬고 밥을 먹는다. 아직도 별 볼 일 없는 삶을 견디고 있다.


인생이란 프라이팬에서 그 그을음은 너무나 지독해 프라이팬을 통째로 버리려 했었다. 그런 내가 그 프라이팬을 버리러 쓰레기통 앞까지 갔다가 다시 가지고 와 지지고 볶으며 지금을 살고 있다. 우울감과 무기력함은 한순간에 확 좋아지진 않았다. 그냥 그게 나인 것처럼 희미하게 남은 자국을 달고 다니며 살고 있다. 삶에 활기가 넘치진 않지만 그냥저냥 살고 있다. 하지만 삶에 끝에 매달려 위태로웠던 고비는 한 콤마 넘긴 것 같다.





나는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은 이 상태가 왜 그러는가에 대해 끝없이 생각했다. 과거를 돌아보기도 하고 내 내면의 문제인가 생각해보기도 했다. 지금 내 상황과 주변에서 나에게 주는 영향력에 대한 이유까지도 원인을 찾아야 해결을 하고, 현재의 상태를 해결해야 이상태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몸이 힘들면서 우울하니 미칠 노릇이었다. 내가 몸이 아파 우울한 건지, 우울해서 무기력한 건지,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해 미래 없는 내 삶 때문에 우울한 건지, 우울해서 누워만 있다 보니 몸이 아픈 건지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진흙탕 속 온갖 것이 죄다 뒤죽박죽이었다.




 그 상태에서는 온전하게 생각이 돌아가지 않았기에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무턱대고 해보기 시작했다.


가장 확실하고 좋은 방법은 병원이나 심리 삼담을 받는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쉽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요즘 정신과에 대한 경험이나 상담 후기도 많아 거부감은 많이 줄어있었지만 나에게 제일 큰 걸림돌은 금전적인 문제가 컸다. 계속 돈이 나가야 하고 실비로 정신과 기록이 처리될지도 몰라 부담이 있었다. 심리상담을 받는다고 해도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 번 받아야 할 텐데... 그러면 얼마가 드는 거지.. 죽을 다짐을 하면서도 돈은 아까웠나 보다. 그리고 병원에 가면 과연 내가 이 우울감을 해결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 힘든 마음에 학교에 있는 상담실을 찾아간 적이 있는데 무성의한 태도로 공감해주지 못하고 형식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 상담 선생님(겸 가정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내 무의식에 불신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게다가 상담을 하다 보면 꽁꽁 덮어두고 살았던 내 안의 깊고 어두운 것들이 말과 기억을 타고 스멀스멀 나오게 될까 봐 불안했다.

 그래서 한 번만 내가 나를 변화하도록 노력해보고, 그렇게 했는데도 안되면 죽고 나면 쓰지도 못할 돈, 그나마 해결 가능성이 있는 정신과 상담과 심리상담에 쓰자고 결심했다.


지금의 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내가 하고 있는 행동, 내 주변부터 기존에 했던 것과 반대로 바꿔보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바꿔나갈수록 점점 발목을 잡아끌던 끈적이는 진흙탕이 구정물을 지나 흙탕물 정도로 맑아지기 시작했다.



'아... 세상이 이렇게 평온했었구나.. 바람이 이렇게 시원한 거였구나..' 조금씩 보이지 않았던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흙탕물도 이 정도면 살만 한 거구나. 진흙탕에 있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일상의 감사함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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