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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각커피 May 08. 2019

멀어지는 인간관계

1장 나는 왜 우울하고 무기력한 집순이가 되었을까?

  원래 새해 계획은 야심 차게 새로운 곳에서 가게를 재오픈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원하던 가게(저렴한 곳으로 알아 봄)의 계약이 계약금까지 오갔다가 엎어졌고, 여기저기 가게를 알아보고 주저하는 사이 그 주변 일대가 상권이 급격하게 번화하면서 반년 사이 도저히 내가 들어갈 수 없는 가격대로 자리값이 올라버렸다. 재오픈이라는 목적이 이룰 수 없는 꿈처럼 상실되고 나니 그 이후 뭘 해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거기다 한 여름 무더위 탓인지 과외 문의도 없어 한 두 달 동안 과외가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돈만 축내는 상황이었다. 혹시 몰라 해지 신청을 안 한 카드단말기에 가게 인터넷비에 핸드폰비, 생활비, 그동안 다닌 병원비에.. 돈이 줄줄 계속 빠져만 가고 있던 터라 금전적으로도 너무 힘들었다. 조금의 돈도 벌지 못하니 통장에서 숫자가 줄어드는 건 한 순간이었다.


몸이 아프고 쳐지고 마음속은 우울한데 돈까지 없으면? 정말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일부러 웃으려 얼굴 근육을 움직이려 해도 웃음이 나지 않았다. 솔직한 심정으론 누구에게라도 도움을 청하고 싶을 정도로 미치도록 절박했지만, 반대로 누구에게도 이 초라한 상황을 말하고 싶지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가끔 오는 안부 연락으로는 나는 잘 지내는 척, 바쁜 척, 더 좋은 미래를 계획하고 있는 척하며 약속과 만남을 미뤘다. 내 상황이 최악이라 만나도 그 안에서 즐거울 수가 없었다. 즐겁자고 모인 자리에서 요즘 내 우울한 상황을 말하기도 힘들었고 지인들의 행복한 근황을 듣는 것도 사실 고통스러웠다. 만나서 가는 레스토랑, 술집 , 카페는 20대 때와는 달리 한층 고급스러운 곳이라 비싼 값을 내야 했다. 그래서 한 번 만나서 돈을 쓰고 오면 일주일은 아무 곳도 가지 않고 돈을 절약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 연락도 안 하게 되고 만나지도 않았다. 나는 혼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몇 없는 주변 사람들과는 더 멀어져 갔다.



 카톡이나 인스타를 보면 사람들은 즐겁고, 행복하고, 잘 먹고 잘살았다. 행복해 보이는 모든 것이 나를 짜증 나게 하고 화나게 했다. 나는 왜? 나는 왜?! 나는 왜... 창피하지만 솔직히 고백하면 그 사람들에게 질투가 났다. 그리고 비참한 마음이 들어 참을 수 없었다. 자존감이 바닥을 찍으며 내려갔다. 나이가 들어 30대가 되니 10년 전 , 5년 전 나와 같던 그 사람들은 이제 슬슬 자리를 잡고 발전하고 짝을 만나 행복을 찾아갔다. 창 너머 보이는 사람들은 다들 앞으로 향해 가고 있는데 나는 여전히 '10년 전 그 모지리'로 멈춰 앞으로 가지도 못하고 이 자리에서 뭘 하고있는 거지.. 내가 한심했지만 이런 내가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과연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게 정답인지..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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