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인간관계

1장 나는 왜 우울하고 무기력한 집순이가 되었을까?

by 삼각커피

원래 새해 계획은 야심 차게 새로운 곳에서 가게를 재오픈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원하던 가게(저렴한 곳으로 알아 봄)의 계약이 계약금까지 오갔다가 엎어졌고, 여기저기 가게를 알아보고 주저하는 사이 그 주변 일대가 상권이 급격하게 번화하면서 반년 사이 도저히 내가 들어갈 수 없는 가격대로 자리값이 올라버렸다. 재오픈이라는 목적이 이룰 수 없는 꿈처럼 상실되고 나니 그 이후 뭘 해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거기다 한 여름 무더위 탓인지 과외 문의도 없어 한 두 달 동안 과외가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돈만 축내는 상황이었다. 혹시 몰라 해지 신청을 안 한 카드단말기에 가게 인터넷비에 핸드폰비, 생활비, 그동안 다닌 병원비에.. 돈이 줄줄 계속 빠져만 가고 있던 터라 금전적으로도 너무 힘들었다. 조금의 돈도 벌지 못하니 통장에서 숫자가 줄어드는 건 한 순간이었다.


몸이 아프고 쳐지고 마음속은 우울한데 돈까지 없으면? 정말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일부러 웃으려 얼굴 근육을 움직이려 해도 웃음이 나지 않았다. 솔직한 심정으론 누구에게라도 도움을 청하고 싶을 정도로 미치도록 절박했지만, 반대로 누구에게도 이 초라한 상황을 말하고 싶지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가끔 오는 안부 연락으로는 나는 잘 지내는 척, 바쁜 척, 더 좋은 미래를 계획하고 있는 척하며 약속과 만남을 미뤘다. 내 상황이 최악이라 만나도 그 안에서 즐거울 수가 없었다. 즐겁자고 모인 자리에서 요즘 내 우울한 상황을 말하기도 힘들었고 지인들의 행복한 근황을 듣는 것도 사실 고통스러웠다. 만나서 가는 레스토랑, 술집 , 카페는 20대 때와는 달리 한층 고급스러운 곳이라 비싼 값을 내야 했다. 그래서 한 번 만나서 돈을 쓰고 오면 일주일은 아무 곳도 가지 않고 돈을 절약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 연락도 안 하게 되고 만나지도 않았다. 나는 혼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몇 없는 주변 사람들과는 더 멀어져 갔다.



카톡이나 인스타를 보면 사람들은 즐겁고, 행복하고, 잘 먹고 잘살았다. 행복해 보이는 모든 것이 나를 짜증 나게 하고 화나게 했다. 나는 왜? 나는 왜?! 나는 왜... 창피하지만 솔직히 고백하면 그 사람들에게 질투가 났다. 그리고 비참한 마음이 들어 참을 수 없었다. 자존감이 바닥을 찍으며 내려갔다. 나이가 들어 30대가 되니 10년 전 , 5년 전 나와 같던 그 사람들은 이제 슬슬 자리를 잡고 발전하고 짝을 만나 행복을 찾아갔다. 창 너머 보이는 사람들은 다들 앞으로 향해 가고 있는데 나는 여전히 '10년 전 그 모지리'로 멈춰 앞으로 가지도 못하고 이 자리에서 뭘 하고있는 거지.. 내가 한심했지만 이런 내가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과연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게 정답인지..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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