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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각커피 May 06. 2019

마음도 함께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

1장 나는 왜 우울하고 무기력한 집순이가 되었을까?

 대상포진을 걸리고 난 뒤에는 진짜 몸 관리 잘해야지, 스트레스받지 말아야지 ‘생각’을 했지만 난 그때 내가 몸을 혹사한 적도 없고 지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그래야 한다'는 ‘명령어’ 정도로만 나한테 주입을 했다.


 심한 대상 포진은 아니어서 쉬면서 약도 먹고, 바르니 증상이 조금씩 나아졌다. 대상포진이 나으면서 조금은 무기력한 느낌도 나아지고 기분도 훨씬 좋아졌다. 그래서 다 좋아졌다 싶었던 한 여름,  바이러스 감염 진단을 한번 더 받고 나니 버티고 버텼던 저품질 마음이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졌다.


 이 글을 쓰면서도 정말 큰 병에 힘들어하고 있는 분들이 이 글을 보면 한심해하지 않을까 걱정도 든다. 죽을 정도의 고통은 아니니까.. 그래서 몇 번이나 내 경험에 대한 기록을 고민했었다. 하지만 아픈 적 없던 사람에게 몇 달 사이에 한꺼번에 여러 일이 일어나니 온전한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몸에 활력을 잃었고 유리 멘탈이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그냥 여름까지 계속 아팠다. 몸이 아프고 마음도 아팠다. 몸이 아파서 정신적으로 쇠약해진 건지 정신적으로 쇠약해져 몸도 따라 아픈 건지 모를 정도로..



 시간을 되돌려 이야기하자면, 우연하게도 가게를 그만둔 시기에 감정을 괴롭혔던 관계와도 끝이 났었다. 감정이 휘몰아치던 숨 막히는 관계가 순간 쉽게 끝이 났다. 마치 애정 했지만 나를 힘들게 했던 가게가 순식간에 나간 것처럼, 그 관계도 툭 하니 손을 펼치니 확 하니 쉽게 사라져 버렸다. 혹시나 나도 모르는 작은 미련이라도 남을 줄 알았지만 조였던 무언가가 사르륵 풀어진 듯 한 기분이 들고 마음속이 편해졌다. 잘도 흘리던 그 눈물 한방울이 나지 않았다. 그동안 왜 그렇게 힘들었나 싶을 정도로 싱거운.. 이별이었다.


  새해가 된 뒤로 몸이 아프고 기운도 없고 피곤했지만 정신적으로 무너지지는 않았었다. 답답하고 그 시간이 힘들었지만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생각이 없었다. 내 마음속 깊숙한 곳에 봉인한 것처럼, 깊은 곳 나 몰래 흘러 다니던 감정선이 바이러스 진단 후 뻥! 하고 터져버렸다. 저 아래 뭉쳐서 과부하된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그리고는 내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슬픔이나 미련이 아닌, 상대에 대한 '증오'와 나에 대한 '질책'으로 심장에 내리 쏟아졌다.

 

 정말 새해가 되면 고민거리였던 가게도 정리되고 관계도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으니 새롭고 더 좋은 일만 펼쳐질 것 같았는데.. 더 멋진 내가 되어 멋진 삶을 보란 듯 살 거라 호언장담했는데.. 지금의 난 아무것도 시작도, 발전도 못하고 그냥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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