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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각커피 Jun 24. 2019

일어나서 한 일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2장 우울과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은 행동



"아침에 일어나서 뭐 했어?"


 누군가에 이런 질문은 받은 적 있다. 나에 대한 관심의 표시였을 수 있고 아무 의미 없이 물어본 질문이었겠지만, 그 질문은 받은 순간 나는 너무 당황했다. 어버버 하다가 그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첫 번째 이유로 난 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항상 점심때쯤이야 겨우겨우 일어나는데..? 아침에 난 자고 있었는데. 아침에 자고 있다고 말하면 게을러 보이겠지? 그럼 일어나선 뭘 했지? 동공이 흔들리고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두 번째 이유로는, 일어나서 뭘 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어난 다음 밥을 먹기 전까지 내가 뭘 했는지 정말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진짜 나... 일어나서 뭐 했더라?”


 지금까지 집순이로 집에 있을 때, 나는 '내가 뭘 하겠다'라는 목표나 계획 없이 보냈다. 하루를 그냥 흘러가는 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그냥 그때그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시간에 나를 맡겨버렸다. 아무리 내가 뭘 하려고 아등바등 발버둥 쳐도 삶은 나아지지 않고 내 인생에 변하는 건 없으니까. 이 지긋지긋한 하루가 내일이 온다고 해서 엄청난 일들로 꾸며지지 않을 거니까. 또 같은 오늘이 다시 일어나도 계속 도장 찍히듯 나를 짓누르고 지나갈 거니까.


 그랬던 내가 내 의지로 일어나기 시작하고, 다시 눕지 않겠다는 의지가 생기면서 이제 다시 돌아올 하루는 어제와 다른 날로 생각했다. 어제는 어제로 끝이 나고 오늘은 리프레시 된 다른 하루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아침에 일어나 몇 가지 정해진 행동을 하나하나 추가해보기 시작했다.     

 일어나서 하는 '나만의 아침 루틴'을 만든다. 처음에는 꼭 이 순서를 지켜서 해야지!라고 강박을 갖고 누가 시킨 것처럼 철저히 지켜서 하는 게 아니라, 떠오르는 대로 한 가지씩 움직여 봤다. 일어나자마자 딱히 할 건 없고, 거실로 나가면 주방이 보이고 밥부터 생각이 난다. 먹으면 먹고 또 누워 자게 될까 봐(앞서 이야기부터 지겹게 나오고 있는 나의 먹고 자기의 습관..) 바로 나가지 않고 방에서 이것저것 하며 움직였다. 내가 스스로 만든 이 루틴은 일어나서 일상생활하기 전에 하는 '워밍업' 같은 개념으로 생각했다.


 하루를 상쾌하고 깨끗한 사람으로 또 다른 날을 시작해본다. 크게 치우고 씻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청결은 유지할 수 있었고, 길게 하면 30분 이상 걸리는 루틴으로 '일어나자마자 부지런히 움직이며 하루는 시작하는 나'라는 근사한 프레임을 만들며 자기 만족감을 올려주었다. 막연하지만 오늘은 새롭게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나 답지 않게 긍정적인 생각이 조금씩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포인트 1. 창문을 열고 바깥공기 느껴보기. 방 공기와 함께 내 마음도 환기시키기.

 우울을 헤매고 있을 때는 오랫동안 방 창문도 꼭, 방 문도 꼭 닫고 그 안에서만 생활해왔다. 그냥 외부 모든 것이 짜증 나고 관심도 없고 다 싫고 귀찮아서. 마음속 창이 닫혀버린 것처럼 그냥 방에 틀어박혀 세상과 단절되어 있었다. 이제 잠깐이라도 창문을 열어본다. 밖에 공기를 느껴본다. 오전에 창문을 열면 희미하게 새소리가 들린다. 평상시에 듣지 못했던 새소리가 오전에 지저귀는 게 신기했다. 저 멀리 부아앙 하며 차 지나가는 소리도, 어디선가 대화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바깥을 느껴본다. 밤새 내뿜었던 쾌쾌한 방 공기를 환기시키면서 닫힌 내 마음도 환기시킨다. 창문 앞에서 잠시만 서서 햇빛에 나를 말려본다. 냄새도 맡고 내방과는 다른 온도차도 느껴보고 소리도 들어보고, 집 앞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둘러도 본다.



포인트 2. 방안에 돌아다니는 먼지를 제거하기




 자는 곳, 머리 주변에 먼지를 전보다 더 철저히 닦아준다. 당시 해드 쪽으로 큰 책장이 있었는데 거기엔 책 구석구석에 먼지가 쌓여있었고,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오래된 책은 오랜만에 펼치면 책벌레도 기어 나왔다. 아무리 책 등과 책 앞부분을 닦아줘도 먼지는 하루만 닦지 않아도 계속 쌓였다. 그래서 아예 머리맡에 먼지가 쌓일 만한 물건은 다 치우고 정리했다. 책장을 옮기고 닦기 편한 해드를 설치하고 자주자주 닦아서 먼지와 병균을 예방하려고 노력했다.


 항상 달고 사는 비염과 알레르기를 줄이고 면역력을 높이려고 먼지부터 닦았다. 저번 화에 이어 이부자리를 정돈하면서 먼지와 진드기도 함께 제거해 줬다. 베개와 이불은 소독용 알코올과 티트리 오일을 섞어 진드기 제거제를 만들어 뿌려주고 조금 있다 털어내고 잘 정리한다. 바닥도 마찬가지. 몸에서 떨어지는 머리카락과 각질을 청소기로 밀어준다. 저렴하게 산 무선 미니 청소기는 흡입력은 쌔지 않지만 항상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머리카락과 먼지들을 바로바로 제거해준다. 정말 유용하게 쓰이고 있어서 만족도 200 퍼센트. 강추하는 아이템이다.




-미니 청소기 : 3~5만 원선부터 20만 원대까지 다양함. (작자는 돈이 없으니 3만 원대 구입)

-집먼지 진드기 제거제 만들기 : 약국 소독용 알코올 1000원대 (500ml), 티트리 오일 7천 원~3만 원대 가격 다양함. 9:1 비율로 섞어 분무기에 넣어 흔들어 사용

-다이소 집먼지 진드기 제거제 : 3천 원 (만들어 쓰는 것과 성분은 다름. 뿌린 후 청소기로 흡입)






제 경험을 토대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다음에 또 이런 순간이 오면 다시 꺼내보기 위한 정리 목록이기도 해요.

보시는 분들께 이렇게 해야 돼! 라며 강요하는 정답이 아닙니다.

주제에서 더 잘 아시는 분이나 다른 방법을 갖고 계셨던 분들은 댓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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