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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각커피 Jun 12. 2019

이불 동굴 정리하기

2장 우울과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은 행동

 일어나면 쏙 하고 빠져나와 생긴 이불 동굴을 만들어 내는 나는, 이불 동굴 '장인'이었다. 빠져나온 그대로 돌돌 말린 이불과 밤 새 뒤척이며 빠진 머리카락이 그대로 있는 침대패드와 침에 젖은 축축한 베개까지.. 언제 다시 들어가도 괜찮을 만큼 어질러진 이부자리는 하루 종일 그 모양으로 방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동굴처럼 만들어진 이불에 다시 쏙 들어가 눕기는 엄청 쉬운 일이다. 악마의 유혹과 같다. 늦게 점심때쯤 일어나 밥을 잔뜩 먹고 나면  폭식으로 배가 너무 부르니 그렇게 푹 자고 일어났는데 몸이 축 쳐진다. 이성으로는 '이 졸림'이 너무 싫은데 자꾸만 나른하게 졸음이 온다.  또 추운 겨울에는 잘 일어나서 생활을 하다가도 할 일이 없다고 빈둥대다 발가락도 춥고 몸도 으스스하니 하루 종일 누워있던 따뜻한 전기장판이 생각난다. 뭉쳐져서 아직도 따뜻한 이불속에 폭 안겨 영상을 누워서 늘어지게 보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샘솟는다. '살짝 10분만 누워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슬쩍 누워본다. 눕기만 했다가 정말 10분 있다 일어나는 사람이었다면,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살지 않았을 것이다. 보통은 잠깐 누워 있다가 다시 잠에 빠져 오후를 날리기 십상이었다. 먹고 바로 자면 포만감에 잠은 스르륵 잘 왔지만 그렇게 자고 일어나면 역류하는 위산으로 속이 쓰리면서 체기로 속이 울렁거렸고 몸은 부어서 자고 났는데도 피곤했다. 이 엉망이었던 이부자리를 일어나고 나면 가지런히 정리하기 시작했다. 엉망이었던 베개에는 팡팡 털어 호텔처럼 가지런하게 세워두고, 침대커버는 털어 평평하게 펼치고, 이불은 털어낸 뒤 잘 펼치거나 접어서 정리한다


일어나자마자 시작한 이불 정리는 '청결'에도 이유가 있지만,  나와 약속하는 '다시 눕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침대를 깔끔하게 정리한 다음부터는 내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가구 가게에 진열되어 있는 진열품이라고 생각한다. 침대 안으로 들어가면 전류가 흐르는 위험 지역이라고 상상하고 건드리지 않는다. 최대한 각을 잡아 주름 없이 반듯하게 정리하고 방안에 잘 꾸며져 있는 침대를 보며 '깔끔하고 정리된 침대의 모습'과 '정돈을 잘하고 유지하고 있는 나'를 즐겨본다. 밤이 되어 자기 전까지 각 잡힌 이불과 곱게 세워둔 배게가 망가지게 하지 않도록 최대한 유지시킨다. 중간에 눕고 싶더라도 이불속으로 들어가지 말고 이불 위쪽으로 침대 해드에 살짝만 기대어만 앉아 있는다.







팡팡! 나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나쁜 것들을 털어내기.








제 경험을 토대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다음에 또 이런 순간이 오면 다시 꺼내보기 위한 정리 목록이기도 해요.

보시는 분들께 이렇게 해야 돼! 라며 강요하는 정답이 아닙니다.

주제에서 더 잘 아시는 분이나 다른 방법을 갖고 계셨던 분들은 댓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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