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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각커피 Nov 09. 2019

후기

우울하고 무기력한 집순이를 위하여




 안녕하세요, 삼각커피입니다. '우울하고 무기력한 집순이를 위하여'가 완결이 되었습니다. '완결'이라는 말이 참 어색하지만 감동적이네요. 그림을 그리면서 이렇게 나름(?) 주기적으로 연재를 하고 마침표를 찍어본 적이 없었거든요.


 원본 글은 제 컴퓨터 메모장에 오랜 시간 묵혀있던 일기였습니다. 1년이란 시간을 꼬박 일상으로 돌아오는 일에 쓰면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 사실만으로도 감사했고, 그 시간을 다시 돌아보고 정리해보고 싶었어요. 그 글을 그림으로 그려보고는 싶었지만 개인적 이야기라 그림으로 그리는걸 계속 주저했어요. 혹시나 다른 사람이 날 이상하게, 한심하게 볼까 봐, 비난할까 봐요. 우연히 등 떠밀어 함께 해 준 ㅎㅁㅎ님 정말 감사합니다.



 별거 아닌 가벼운 글이지만 개인사를 담고 있다 보니 글을 쓰면서 그리다가도 몇 편에서는 울기도 많이 울었고, 올리고 나서도 사람들이 모르게 계속 수정을 하고 반응과 댓글이 불안해서 올린 날 밤에 잠을 아예 못 잔 적도 많았어요. 간혹 몇몇 댓글에 상처도 받았지만 브런치에서 연재를 시작한 걸 후회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주셨고 저도 많은 위로를 받았거든요.


 저는 지침서나 자기 계발 같은 서적과 강의를 굉장히 싫어합니다. 각자 태어난 환경과 성격과 성향이 다 다른데 어떤 문제에 있어 절대적 해답처럼 '이렇게 해'라고 말하는 게 너무 무책임하게 느껴졌어요. 성공한 저자가 성공하고 나서 과거를 돌아봤을 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지금 힘들어 죽고 싶은 사람에게 방법이라고 알려주는 게 너무 비현실적이고 공감가지 못했거든요. 저는 더욱이 유명인사도 아니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특별한 사연이 있는 사람도 아니니, 제 글과 그림은 '아 쟤는 저랬나 보다~ '하고 약간의 동질감과 피식피식 몇 번하며 가볍게 읽어주셨길 희망합니다. 괜찮아 보이는 내용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차용해 보시길 바라요.


 저는 연재 중에도 종종 우울했고 가끔은 무기력하기도 했어요. 삶의 의욕과 방향은 계획대로 일이 잘 안 풀릴 때마다 계속 흔들렸고 지금도 흔들리고 있어요. 하지만 흔들면 흔들리는 대로 '또 바람이 부는구나' 하며 비타민에 마그네슘 몇 알 때리고 그 자리에 딱 붙어 서서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흔들 춤을 추며 승화시키고 있답니다.


비싼 브랜드 치킨 먹고 싶어요. 진짜 돈이 문제네요. 돈이.



후기에서  '여러분 그래서 현재 저는 이렇게 이겨내, 이렇게 활기차고 성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 와 같이 멋지고 그럴싸한 근황을 기대하셨을 분도 혹 계실 수 있으나, 정말 딱히 짠! 하고 쓸 멋진 근황도 없고 그런 내용으로 후기를 마치고 싶지도 않았어요.


근황이라면, 그냥 조금 덜 우울하고 무기력한 사람으로

힘든 대로 내가 정한 이 삶을 견디는 중이고

견디는 나를 칭찬하며 걷다 쉬다 다시 또 걸어갈 뿐이에요.


제 글을 보고 자신의 이야기를 댓글로 남겨주신 분들, 공감과 위로를 받으셨다는 분들, 그리고 구독해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길 가다 주인 잃은 천 원 아니, 오백 원이라도 주워 그 날은 왠지 기분 좋은 하루가 되셨으면 하는 마음을 글자 하나하나에 꾸욱 꾸욱 담아 봅니다.


감사합니다. 또 다른 그림 또는 글로 다시 만나요.





2020년 3월, 브런치에서 연재한 '우울하고 무기력한 집순이를 위하여'가 '오늘도 집순이로 알차게 살았습니다'라는 이름으로 정식 출간되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책 속에 가득 담겨있답니다. 공감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 모두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8966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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