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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각커피 Jun 28. 2021

프리랜서일 땐 몰랐던 도비의 삶

프리랜서이자 집순이로 생활할  넘쳐나는 시간을 감당하지 못했다. 마치 고장 난 수도꼭지에서 흐르는 물 같은 시간을 어떻게 할 수 없어 무기력하게 콸콸 새어 나오는 시간을 흘려보냈다.   오랫동안 방황하면서 평범한 사람들처럼 규칙적인 사회생활을 갈망했다. 그렇게 카페를 오픈한 지금, 규칙적인 생활리듬은 갖춰졌지만 정해진 시간 동안 한 곳에서만 있어야 했다. 자연스레 개인적인 시간은 거의 없어졌다.


프리랜서일  단점이면서도 치명적으로 좋은 점은 '평일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평일, 주말 구분 없이 언제나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한가한 평일 오후에 동네를 어슬렁거리다 권태로움이 느껴질 때에는 멀리 보이는 으리으리한 건물 안에서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의 그림자와 지하철에서 빠져나와 퇴근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내심 부러웠다.

 

하지만 권태로움 속에서도 남아나는 시간 덕분에 누렸던 혜택들이 있었는데, 제일 좋았던 건 평일 런치 할인이다. 런치 할인 혜택을 톡톡히 봐서 주말에는 좀 부담스러울 음식도 저렴하게 맛보곤 했다. 쇼핑몰을 가도 대부분 한가하고 조용해서 여유롭게 쇼핑할 수 있었다. 은행이나 병원도 하루에 여러 군데 몰아서 다녀올 수 있었고,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에는 마음만 먹으면 평일, 주말 상관없이 어디로든 쉽게 떠날 수 있었다.


프리랜서 생활을 오랫동안 해온 나에게 1인 카페 운영은 완전 정반대 되는 생활패턴을 선택한 셈이다. 카페를 저녁 아홉 시에 마감하고 뒷정리를 다 하고 집에 오면 열 시가 훌쩍 넘는다. 이 시간에는 씻고 자는 것 밖에는 할 일이 없다. 휴일도 하루만 쉬니 평소 즐겨 만났던 사람들과도 약속잡기가 힘들어졌고 여행은 꿈도 못 꾼다. 쉬는 날에도 잠만 자다 잠깐 나와 외식이라도 하려고 하면 밖에 사람들은 왜 이리 많은지, 평일 런치로 먹었을 때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내면서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


1 카페를 한다는 , 오로지 카페를 위해 존재하는 카페 지킴이가 내 정체성이 된다는 것이다. '도비의 인생' 시작됐다.(*도비는 해리포터에 나오는 집요정. 주인의 명령은 무조건 따르 주인만을 위해 한다.) 상업 공간이 생기고, 그 공간에 언제 올지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항상 같은 자리에 항상 같은 모습으로 맞이한다는 것은 전에 내가 막연히 생각했던 '여유롭고 있어 보이는 카페 사장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카페를 위해 존재하는 도비는 언제 오실지 모르는 주인님을 위해 바닥과 테이블, 의자, 컵은 미리미리 깨끗이 닦아야 한다. 화장실 청소는 물론 음식물 쓰레기까지 싹 비우고 주인님과 약속한 시간에 맞춰 깨끗한 공간을 선보여야 한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 언제나 친절을 다하며 주인님이 가신 자리는 머리카락 한 가닥도 남김없이 정리하고, 그들이 썼던 컵과 접시는 다음에 오실 새 주인님을 위해 재빨리 설거지를 마쳐야 한다.


다만 나는 마법을 부리는 진짜 요정 도비는 아니라서, 아침에 출근하면 후다닥 청소를 마치고 디저트를 만들고 점심 테이크아웃 손님까지 지나간 뒤 오후가 돼서야 겨우 의자에 몸을 맡길 수 있다. 그냥 쉬고 싶다. 침대에 몸을 던져 푹 퍼진 채 밥 먹고 빵빵해진 배를 쓰다듬었던 옛날이 그리워진다. 사람이 이렇게 간사하다. 그렇게 싫고 벗어나고 싶었던 프리랜서의 삶이었는데 이제는 지금 힘든 부분만 크게 다가오고 그때가 그저 그립다.


정신 차려  각박한 세상 속에서! 내가 어떤 마음으로 카페를 시작했는지 다시  생각해보라고


정신을 차리고 짬이 날 때마다 열정적인 일러스트레이터 모드로 그림 작업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카페 일이 많은 날이면 모드 전환이 쉽지 않다. 카페 사장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변신하기까지 부팅 시간이 꽤나 걸린다. 휴식을 취하고 감정과 영감이 모이는 시간이 나에게는 필요하다. 이제 그림을 그려볼까? 싶으면 손님이 오고, 다시 그려볼까? 싶으면 마감할 때가 다 되어 정리를 해야 한다. 에라 모르겠다 오늘은 맥주 한 캔 마시며 푹 쉬자.


막상 카페를 시작하니 정말 카페 일만 잘하기도 쉽지 않다. 정신없이 바빴던 하루에 비해 매출은 소박하다. 그림 그리면서 1인 카페를 같이 하기라... 두 마리 토끼를 같이 잡으려던 건 내 욕심 었을까?



하루 동안 카카오톡 채널에 노출이 되어 많은 분들이 봐주셨네요. 아침부터 알람에 많이 놀랐습니다..ㅎㅎ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셔서 힘을 얻었습니다. 브런치 매거진이 오픈된 공간이고 다음과 카카오에 연동되어 언제든 담당자분들에 의해 다음과 카카오톡에 노출될 수 있는 브런치지만, 브런치 매거진은 개인이 직접 관리하고 창작하는 곳이라는 걸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응원해 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드리고 몇 분께서 말씀해 주신 맞춤법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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