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슈퍼 거북, 난 나의 춤을 춰

by 여행하는나무


# 그림책 에세이

# [슈퍼 거북] /유설화 글 그림 / 책읽는곰

# 난 나의 춤을 춰/ 다비드 칼리 글 / 클로틸드 들라크루아 그림 / 이세진 옮김 / 모래알


코로나 시기에 학년 체육대회를 했다. 온 가족이 학교에 와서 즐거운 한마당 잔치를 할 수 없지만 많은 아이들이 운동장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빨강, 노랑, 파랑 반 티셔츠를 입고 3학년 전체가 운동장에 모였다. 날씨도 아이들의 부푼 마음만큼이나 맑고 푸르다. 준비 체조 후 첫 경기는 개인 달리기다. 1, 2, 3등 도장은 찍어주지 않기로 했다. 상품도 모두에게 참가상품으로 공책 1권씩 똑같이 나눠주기로 했다. 아이들은 모두 열심히 있는 힘껏 달린다. 1등, 2등 가리지 않고 자기 반에 앉으니 등수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래서 1등도 괜찮고, 7등도 괜찮다.


카드 뒤집기, 달팽이 가위바위보, ○ × 퀴즈 경기도 신 나게 참여한다. 사전에 연습하거나 준비가 필요 없는 단순하고 일상적인 종목들이다.


마지막 경기는 학년 전체 릴레이 달리기다. 계주 대표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모두가 계주 대표다. 달리기 속도가 제각각이라 나중에는 어느 반이 1등으로 달리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반마다 친구 이름을 소리 높여 부르며 응원을 한다. 햇살도 따갑고 조금 더워지기도 하는데, 불평하는 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야외나 운동장 체육 활동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데, 조심스러운 마음 때문에 모두들 마스크도 잘 쓰고 열심히 달리고 뛰어다닌다.

h_c22Ud018svccouu6530zwkk_wspi8t.jpg?type=e1920_std < 체육대회 한 장면 >


4교시까지 체육대회를 마치고 더운 열기를 가라앉히며 자율시간에 체육대회를 주제로 글쓰기를 했다.

“생전 처음으로 운동회를 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체육대회가 정말 재미있었어요,”


코로나19와 함께 입학한 3학년 아이들, 모든 것이 처음이라 더 새롭고 즐거웠던 모양이다.

아이들의 글 속에서도 들뜬 마음이 한가득이다. 전면 등교로 학교가 북적거리고 운동장에 학년 전체가 모여 체육대회를 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회가 새롭다.


ZSyHpfXWO2NVkoC4jL_3x93RvGg 슈퍼 거북 표지

지금이 거북이와 토끼의 달리기 이야기 [슈퍼 거북]을 읽기에 참 좋은 시간이다.

2년전에 유설화 작가가 우리 학교 도서관에 강사로 오셨다. 거북이 등딱지며 무대 소품을 챙겨 와서 거북이가 되어 맛깔스럽게 역할극을 하면서 슈퍼 거북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참석한 아이들이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 유설화 작가처럼 멋들어지게 들려주지 못하고 실물화상기에 그림을 보여주며 읽어주기만 해도 아이들은 즐겁게 집중한다. 교사의 능력이 아니라 [슈퍼 거북] 이야기와 그림이 매우 재미있고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토끼가 잠든 탓에 얼떨결에 승리한 거북이는 하루아침에 벼락스타가 된다. 온 도시에는 슈퍼 거북 열풍이 분다. 거북이 등딱지가 유행하고, 거북이 영화에, 간판 이름도 거북이 투성이다. 꾸물이 거북이가 진짜 슈퍼 거북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참 눈물겹다.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진짜 빠르게 달리게 된다.


진짜 슈퍼 거북이 된 꾸물이는 행복했을까?

순식간에 시간을 빨리감기 하듯 폭삭 늙어버린 거북이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놀라서 소리를 지른다. 토끼의 재도전으로 다시 달리기 경주를 하다 한참을 앞서가는 거북이는 지쳐서 깊이 잠들어버린다. 토끼가 1등을 하자 온 도시는 다시 토끼 열풍이 시작된다.


거북이는 어떻게 됐을까?

이제야 거북이는 편안하다. 진짜 꾸물이가 원하는 것을 즐기면서 행복하다.

느긋하게 잠도 자고, 꽃도 키우고 천천히 걷는다.


[슈퍼 거북] 이야기는 1등만 알아주는 세상이 전부가 아님을, 오히려 진실을 가리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나다움을 빛내며 행복 만들기를 하자.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하자. 꾸물이가 다시 얼굴이 밝아져서 참 좋다는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행복하길 바란다.


나는 주말이면 산에 간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날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나뭇잎들을 보고 살랑이는 바람을 느끼는 시간이 참 좋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함께 하니 그 순간 나는 온전히 행복하다.


i_cbbUd018svccwjf78u2sw3q_wspi8t.jpg?type=e1920_std 그림책 < 난 나의 춤을 춰 >


“사실 오데트는 다른 여자애들처럼 되고싶어요.

배구 교실 친구들처럼 날씬하고 예뻤으면 좋겠어요.”


오데트는 꿀벌 옷을 갈아입고 자신만의 춤을 추는 아이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뚱뚱한 몸매를 갖고 있고, 움직임이 둔하고 피아노에도 서툴다. 그래서 오데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도 참고 다른 사람처럼 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오데트가 좋아하는 작가를 통해 자신의 고유성을 인정하고 자신만의 춤을 계속 추기로 한다.


우리는 외모나 겉으로 드러난 특성으로 자신만의 고유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그것으로 쉽게 남을 판단하거나 분별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하여 우월을 따지고 자신을 낮게 평가하기도 한다.


“난 가난해.”

“난 키가 작아.”

어린 시절의 나도 그랬다. 남들과 비교해서 나를 늘 부족하다고 여겼다. 자신없고 주눅들고 당당하지 못했다. 겉으로 드러난 특성이나 조건이 나의 전부인양 여긴 탓이다. 내 존재의 본질로 착각한 것이다.

자기 탐구를 위한 오랜 우울과 번민의 시간을 지나 이제는 나만의 춤을 추려고 한다. 인생은 자신만의 춤을 추는 한바탕 잔치라고 할 수 있다. 글쓰기를 통한 나 드러내기도 나만의 춤이다. 그리고 내가 만나는 아이들도 어린 시절에 일찍 자신만의 고유성을 찾아내고 즐겁게 펼쳐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싶다.


“여느 날처럼 음악을 크게 틀고 거울앞에서 자신만의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i_ebbUd018svcicdigb6h738z_wspi8t.jpg?type=e1920_std < 난 나의 춤을 춰 > 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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