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관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하늘을 나는 사자

by 여행하는나무


# 그림책 에세이
# 『하늘은 나는 사자』 / 사노 요코 그림책/ 황진희 옮김. 천개의바람



다운로드.jpg 하늘을 나는 사자 표지그림

한 달 정도의 방학이 끝났다. 개학 날 아침 일찍 출근하니 교실은 탁한 공기와 답답한 기운으로 꽉 차 있다. 창문을 열고 에어컨과 선풍기를 돌려 묵은 냄새를 날려보낸다. 전원 버튼을 켜고 컴퓨터와 TV 모니터를 작동시킨다. 책상과 사물함 등을 걸레로 닦고 바닥도 물걸레질을 한다. 조금은 신선한 공기가 감돌 무렵 내 마음도 이제쯤 차분히 가라앉아 개학 모드로 돌아온다. 쌓여있는 메시지도 확인하고 오늘 해야 할 수업 자료와 PPT를 챙긴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아이들이 하나둘 교실로 들어온다. 반가운 인사를 하고, 용케도 자기 자리를 찾아 앉는다. 친구들과 신나게 이야기하고, 요란하게 반가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오늘 기분이 어떤지, 방학 동안 변화된 것이 있는지 아이들을 이리저리 살펴본다. 검게 탄 얼굴, 조금 더 살이 찐 모습도 있지만 여전한 모습이다. 조금 늦게 온 아이까지 기다리니 27명 모두 등교다. 모두 건강하게 등교하여 고맙고 반갑다.

아침 글똥누기 공책을 주면서 방학동안 있었던 일을 10문장 이상 자세히 쓰도록 한다. 한 바닥 가득 거침없이 쓰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쓸 게 없다고, 어디 가지도 않고 집에만 있었다고 쓰는 걸 힘들어하거나 투덜거리는 아이들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이번에는 방학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듣고 친구 알아맞히기다.
-방학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방학 동안 갔던 곳 중에 가장 좋았던 곳은?
-방학 동안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던 것은?
-방학 동안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좋았던 책은?

아이들이 각자 쓴 것을 바탕으로 교사가 하나씩 뽑아서 스토리텔링식으로 문제를 내면 그 친구가 누구인지 알아맞히는 것이다. 라면을 맛있게 먹은 친구가 누군인지,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친구는 누구인지 찾는 것이다. 아침에 이야기 나눈 것을 단서로 삼거나 대강 추측해서 탐정의 촉을 발휘해 생각해보고 친구 이름을 부른다. 친구와 나의 경험에서 공통점을 찾기도 하고 의의라며 놀라기도 하면서 친구 이름을 한번씩 불러본다. 교사의 경험까지 포함하여 28명 모두 참여하니 단순하면서도 의외로 재미있게 집중하여 참여하는 활동이 되었다.

방학 동안 우리는 즐거웠으나 우리 부모님과 가족들은 어땠을까?
학기 중에 교사와 학교가 맡아준 부분까지 감당해야 해서 몇 배는 힘들었을 텐데, 아이들은 그것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따뜻한 배려가 담긴 말이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그림책이 있어 2학기 첫 책으로 준비했다. 『하늘은 나는 사자』 다. 『100만 번 산 고양이』 로 유명한 사노 요코의 그림책이다.

노랑, 주황, 빨강, 파랑이 섞여 강렬하고 알록달록한 갈기를 가진 사자가 표지 가득 채우고 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몸을 가진 사자가 하늘을 날고 있다. 푸른 빛의 눈과 짙은 초록 눈빛은 신비스러우면서도 아련한 슬픔 같은 것이 어려 있다. 표지만으로도 압도하는 느낌을 주어 대단한 사자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읽기 전 활동으로 표지를 보면서 탐색활동을 한다.
Q 표지를 보면서 어떤 느낌이나 생각이 드나요?
Q 어떤 색들이 보이나요?
Q 어떤 제목이 어울릴까요?
-- 제목에서 (하늘을 나는)을 가리고 어떤 사자인지 제목을 추측해보기
Q 어떤 내용이 전개될까요?

표지를 보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한 장 한 장 넘겨간다. 초원의 왕인 사자가 고양이들을 위해 하늘을 날아서 사냥을 하고, 음식을 요리한다. 고양이들은 당연한 듯이 냉큼 받아 먹는다. 심지어 낮잠을 자야 한다는 사자의 말을 무시하고 비웃기까지 한다. 아이들은 왜 그럴까 궁금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모양이다. 고양이가 무척 뻔뻔하다고 분개하기도 한다.

Q 사자는 왜 고양이들을 위해 먹을 것을 사냥하고 요리했을까요?
Q 사자는 왜 솔직하게 자기가 원하는 것을 강하게 말하지 않았을까요?
Q 고양이보다 힘이 쎈 사자는 왜 고양이들에게 잘 보이려고 할까요?
Q 내 감정을 솔직히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Q 사자는 왜 잠이 들었나요?
Q 왜 사자는 눈을 뜨고 깨어날 생각을 했나요?
Q 수백년 잠들어있는 사자를 일으켜 깨운 것은 무엇인가요?
Q 이후에 사자는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Q 건강한 관계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여러 물음을 던지고 아이들은 대답을 하면서 책 속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로 연결한다.

Q 나는 지금 사자에 가깝나요, 고양이에 가깝나요?
Q 나에게 사자같은 존재는 누구인가요?

나에게 사자같은 존재는 부모님이며 가족이라는 걸, 가족이 힘들고 지칠 수도 있다는 걸 말한다. 서로에게 힘을 주려면 마음을 알아주어야 하고, 배려를 담은 말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걸 사자 이야기를 통해 배우고 생각해본다.

2학기 시작하면서 친구들과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학기초에 세운 우리의 생활 약속을 다시 상기하며 개학 첫날을 마무리한다.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어딘지 몸과 마음이 조금은 자란 듯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큰소리 치고, 친구를 놀리는 등 크고 작은 문제 행동을 보였던 몇 명 아이들이 조금 차분해지고, 부드럽게 말하기도 한다. 덕분에 하늘을 나는 사자 선생님 눈빛도 부드러워지고, 평화로운 기분으로 개학 첫 주를 마무리한다.

멋진 출발이다.



2_0a8Ud018svc1g8ph7btujfw6_wspi8t.jpg?type=e1920_std 하늘을 나는 사자 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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