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어떻게 만나나요?

화난 책 / 화가 호로록 풀리는 책 / 앵거 게임

by 여행하는나무


# 그림책 에세이

# 화난 책 / 세드릭 라마디에 글 / 뱅상 부르고 그림 / 조연진 옮김 / 길벗어린이

# 화가 호로록 풀리는 책/ 신혜영 글 / 김진화 그림 / 김민화 감수 / 위즈덤하우스

# 앵거 게임/ 조시온 글 / 임미화 그림 / 씨드북


“화나 분노로 나타나는 공격성은 모든 인간에게 잠재되어 있다.”


우리 반에 성향이 매우 유사한 두 아이 A와 B가 있다. 둘 다 어머니가 떠나고 아버지가 양육하고 있다. 힘도 세고 목소리도 매우 크다. 요란하고 시끄러운 형태로 관심 끌기와 의견 표출을 한다. 매일매일의 크고 작은 다툼 가운데 두 아이의 이름이 빠진 적이 없다. 둘이 비슷해서 그런지 서로 다투기도 잘한다. 입으로 하는 욕설이나 손가락 욕도 매우 잘한다. 이 두 아이는 다른 친구들에게서 보이는 못마땅한 행동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참견하거나 끼어들어 문제를 더 키우기도 한다. 문제가 생겨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면 자신이 한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둘러대거나 다른 아이들도 했다며 오히려 더 큰소리를 낸다. 허세부리는 수컷 동물들의 몸짓을 보는 듯하다. A와 B의 경우, 어린 시절 안정된 가정 환경에서 기본적인 지원을 충분히 받고 자라지 못한 탓에 내면의 결핍된 것들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고 지속적인 문제 행동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으려 하는 것이다.


또한, 자기 뜻대로 안 되거나 화가 나면 무조건 큰소리를 지르며 우는 여자 아이 C가 있다. A와 B는 C의 반응이 재미있어서, 혹은 싫어해서 괴롭히거나 때리거나 놀리기도 하여 교실이 더 시끄러워진다.


비단, 이 아이들 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들이 잠재된 분노를 안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본다. 소극적인 형태로 화가 나면 입을 다물거나 그 에너지가 내적인 방향으로 향하여 우울한 표정으로 전반적인 학교 생활에서 재미없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아이들의 계속되는 문제에 대해 나도 화가 나기도 하고 무력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화난 것 인정하기, 잘한 행동 칭찬과 격려하기, 잘못을 먼저 인정하기, 혼내고 훈계하기, 부모 상담하기 등 교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지기를 가르치려 한다. 하지만 단기적 처방에 불과할 뿐 문제 행동은 계속해서 나타나 교사의 에너지를 소진시킨다.


아이들이 사회적인 관계를 원만하게 만들어갈 수 있도록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자신의 감정을 잘 다룰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1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감정 바라보기, 화나 분노 다루기를 해야한다는 생각에 그림책을 도입해 감정과 친해지기 수업을 진행 중이다.


a_faiUd018svc1mxhhcsbwkqys_wspi8t.jpg?type=e1920_std < 화난 책 >


『화난 책』은 매우 재미있고 독특한 책이다. 화난 표정을 한 얼굴이 그려져 있는 표지 전체는 강렬한 빨강색이다. 책이 화가 잔뜩 나서 얼굴이 토마토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화가 나면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얼굴이 찌푸려지며, 부정적인 말을 내뱉는다. 『화난 책』을 함께 읽으며 차츰 색이 연해지고, 표정이 부드러워지는 변화를 살펴본다. ‘화’라는 감정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화를 좀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a_faiUd018svc1u7xx52y4orkp_wspi8t.jpg?type=e1920_std < 화가 호로록 풀리는 책 >


“너 지금 진짜 정말 엄청나게 화가 났구나?”


『화가 호로록 풀리는 책』에 나오는 목소리는 쭉 올라간 눈꼬리와 눈썹, 온 몸이 빨갛게 되어 금방 터트릴 듯한 아이를 조금씩 무장해제시킨다. 왜 화가 났는지 기분 상했다는 듯이 캐묻지 않고 아이가 화난 것을 인정해주고, 말로 표현해준다.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폭발할 것 같지?!

용처럼 불을 뿜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뜨거운 불에 화가 다 타 버릴 테니까 말이야.”


크게 소리 지르기, 하고 싶은 말 마음껏 써 보기, 무작정 달리기 등 아이가 감정을 추스르는 데 도움이 될만한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니 아이의 표정이 순하게 풀린다.


아이의 감정에 먼저 공감하고 이해하면서 다가가기, 맞는 말이다. 공감 먼저, 훈육은 다음에 해야 한다는 것은 알면서도 정신없이 바쁘고 복합적인 교실 상황에서는 말처럼 쉽지 않다.


a_faiUd018svc194tqjlmrx5kk_wspi8t.jpg?type=e1920_std < 앵거 게임 >


『앵거게임』은 ‘화가 날 때마다 게임 앱이 신체의 반응을 미리 감지하여, 증강현실로 내면의 작용을 보여주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기반으로 초등학교 교사가 만든 그림책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들답게 흥미를 가지고 그림책에 빠져든다. 화는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투명하게 알 수 있는 폭발의 순간이고, 상대방이 화를 낼 때 상대방의 뾰족한 말이 아닌 상대방의 욕구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도록 도와준다.


두뇌 이론에 의하면 감정은 편도체가 담당하고 있다. 뚜껑이 열리는 순간 포유류의 뇌와 파충류의 뇌가 전면에 나서서 원시적 생존의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그래서 영장류의 뇌에서 담당하는 언어 능력, 사고 능력, 공감 능력은 기능하지 않는다. 감정이 시키는 대로 소리를 지르고, 명령하고, 협박하고, 문을 세게 닫기도 하고 심지어 때리기까지 한다.


이 과정을 이해하기 쉽도록 아이들에게 손가락으로 쉽게 보여주면서 설명한다. 엄지손가락 접고 네 손가락은 편 모양은 화가 나서 뇌의 뚜껑이 열렸다는 것이고, 엄지손가락 넣고 네 손가락을 접은 것은 마음이 안정되어 화의 뚜껑을 닫고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을 말하며 직접 해보도록 한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기분 나쁘거나 화가 나면 자신이 뚜껑이 열렸다는 의미이며, 뚜껑이 열린 상태에서는 서로 충돌하고 싸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도록 여러 차례 말해준다.


화를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뚜껑이 열렸다는 것을 자신이 인식하기, 그 자리를 피하기, 15초 호흡하기 등 여러 방법을 함께 이야기 해본다. 학습지를 주고 어떤 상황에서 화가 나는지, 화를 잘 푸는 자신만의 방법을 쓰도록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화나 분노를 건강하게 생각하고 잘 다룰 수 있기를 바란다.


화.jpg 화 바라보기 학습지

“모든 분노의 중심에는 충족되지 않는 욕구가 있다.

분노는 우리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리는 경보이고,

따라서 내면의 소중한 것들에 연결되도록 우리를 이끄는 선물이다.”

-마셜 B. 로젠버그 『분노의 놀라운 목적』, 『비폭력대화』


화나 분노 같은 공격적인 에너지를 잘 쓰지 못하고 제대로 만나지 못한 나도 계속 공부 중이다.


“공격은 모든 개인에게 잠재한 성향이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종에 새겨져 있는 성향이다.

우리가 지구상에서 발군의 동물의 된 것은 바로 이 공격적인 에너지, 그리고 그것을 보충해준 지능과 교활함 덕분이다. 우리가 문제를 공략하고, 내가 살기 쉽도록 환경을 바꾸고, 불의에 맞서 싸우고, 대규모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이 공격성을 때어낼 수는 없다.


인간의 공격성은 무력감에서 온다.

인간은 수많은 원천에서 나온 무력감 때문에 끊임없이 괴로워한다.

우리 행동의 많은 부분을 좌우하는 것은 주변 환경을 통제해보려는 시도다.


인간의 공격성이 단순히 남을 해치거나 남의 것을 빼앗고 싶은 충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근원적 불안으로부터 유래했다는 의미다. ”

- 로버트 그린 『인간 본성의 법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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