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네가 부러워!

난 네가 부러워

by 여행하는나무


# 그림책 에세이

# 『난 네가 부러워』 / 김영민 글그림 / 뜨인돌어린이

KakaoTalk_20221017_204131824.jpg 난 네가 부러워 그림책 표지

“앞자리에 앉은 사람은 치매에 걸린 제 아내입니다. 아내를 돌볼 사람이 없어 앞자리에 태우고 다니니 손님들의 너그러운 양해를 바랍니다.”


초지역에서 신안산대학교까지 가는 택시, 앞좌석에 손님이 있는데, 나를 태웠다. 앞 좌석에는 나이 지긋하고 가녀린 몸매를 한 할머니가 잠들어 있고, 앞좌석 뒤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날씨 맑은 10월의 토요일, 그림책사랑모임 그림책교육나눔 콘서트에 참여하는 길이었다. 흰머리 가득한 기사님은 연신 흥얼거리며 운전하고 계셨다. 거리도 짧고 시간이 촉박하여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없었지만 마음이 짠하면서도 따스한 느낌이었다.


그림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많은 선생님들이 모였다. 가까운 곳은 물론 멀리 제주에서까지 200여분 선생님들이 아름다운 가을날에 모여든 것은 그 나름의 즐거움과 보람이 있기 때문이리라. 출판사부스에서 신간들도 살펴보고 선택 강의도 들었다. 여럿 속에서 나홀로였다. 함께 간 일행이 있거나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오롯이 혼자 가서 점심도 혼자 먹었다. 혼자만의 자유로움도 괜찮지만 즐겁게 대화 나누는 일행들이 부럽기도 했다.


선택강의 중 천미진 작가와 밤코 작가의 강의가 마음에 와 닿았다.

『밤의 노래』『된장 찌개』를 쓴 천미진 강사님은 작가이자 출판사 편집장으로 그림책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실례를 들어가며 잘 보여주었다. 가치있고 진지한 내용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담아내는 그림책을 추구하면서 그림책을 만드는 그녀가 부러웠다. 『모 모 모 모 모』『이건 운명이야』등 그녀의 그림책만큼이나 톡톡 튀는 개성을 지닌 밤코 작가의 강연은 내내 유쾌하고 즐거웠다. 작은 것에서 우주를 찾을 수 있고,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좋아하는 것과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사랑을 보여주는 작가의 상상력과 표현력이 감탄스럽고 부러웠다.


이번 주에 생존수영 교육을 위해 규모가 큰 수영장을 다녀왔다. 코로나19로 입학식이 미뤄진 채로 학교 생활을 시작한 3학년 아이들이 처음으로 단체 버스를 타고 체험학습을 간 것이다. 낯선 환경이 처음에는 무섭고 두려워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처음부터 물속으로 뛰어내리기다. 난이도가 높다 싶은데, 구명조끼를 물 속에서 강사님이 안심시키니 하나 둘 용감하게 뛰어내린다. 두려움을 넘어 조금 자신감이 생긴 아이들도 있고 가슴이 두근두근 주저하는 모습도 보인다. 2일째에는 물과 친해져서 훨씬 자연스럽게 물에 뛰어들기나 자유롭게 물에 뜨고 어느 정도 이동하기도 한다.


평소와는 다른 특별한 프로그램 시간에는 아이들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한다. 늘 조용하고 자신을 드러내기를 싫어하는 아이들 중에 물 속에서 신나고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주어 놀라웠다.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 쓰는 칸에 발표 시키지 말아달라고 쓴 00도, 글을 쓰는 속도도 느리고 수학에 자신이 없어 제 시간에 다 풀지 못한 △△도 교실에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강사가 가르쳐준 방법을 익혀 할 수 있게 되니 무척 자랑스러운지 활짝 웃으며 자신감을 보인다. 엄지를 치쳐 세우며 사진을 찍어주는 선생님의 격려가 좋은지 활짝 웃으며 더 당당하고 활발한 동작을 취한다. 활기차고 에너지 많은 우리 반 친구들인지라 다른 반보다 잘한다는 강사님의 피드백을 들었다. 교실에서 공부 잘하는 친구들보다 물 속에서 자유롭게 몸을 놀리는 친구들이 인정받고 박수를 받는다. 겁이 많고 두려움이 있는 친구들은 00과 △△이 대단하다고 부러워한다.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해보니 잘할 수 있게 되어 기뻤어요.”

“구명조끼를 벗으면 가라앉을 줄 알았는데, 물에 뜰 수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물 속에서 노는 것이 공부라니 재미있었어요.”

KakaoTalk_20221017_204528315.jpg 생존수영


저녁 시간에 초등학교 동창 친구들 모임에 오랜만에 참석했다. 이름도 얼굴도 가물가물하지만 반가운 얼굴들이다. 삶의 모양새나 스토리는 조금씩 다르지만 아이들을 어느 정도 다 키우고 일터와 가정을 열심히 꾸리며 살아온 시간의 흔적들이 온 몸으로 드러난다. 인생의 희노애락과 어려움을 헤치면서 살아온 친구들인지라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더 많이 보이고, 서로 공감하는 영역이 많아졌다. 함께 식사하고 차 마시며 유쾌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좋은 직장, 화목한 가정, 자녀의 독립과 결혼 등 삶의 시기마다 과제도 있고, 남들과 비교하면서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부러운 마음도 있음을 인정한다. 몸이 건강한 친구들이 부럽고, 자녀를 잘 키워 독립시킨 친구들이 부럽다. 친한 친구는 하는 사업도 잘 되고 두 자녀가 감정평가사, 변호사가 되어 걱정이 없어 보인다. 수도권 인근에 넓은 터에 식물원 카페를 시작한 친구가 부럽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친구가 부럽다. 자녀를 취업하고 결혼하여 손주들을 본 친구들이 부럽다.


“넌 공부를 잘하니 걱정이 없겠다. 난 네가 부러워.”

고등학교 다닐 때 공부가 걱정인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공부는 그 친구보다 잘했을지 몰라도 가난한 우리집 환경으로 기죽어있었고, 열등감에 눌려 있었다. 불투명한 미래가 참 걱정이었고, 환경이 좋은 친구네가 부러웠다.


그림책 『난 네가 부러워』 에는 여러 아이들이 꼬리 물기처럼 이어 등장한다.

곱슬머리가 마음에 안들어 찰랑거리는 머리를 가진 친구를 부러워하고, 덜렁거린다고 핀잔듣는 아이는 차분한 성격의 친구를 부러워한다. 자신은 단점이라고 생각하여 싫어하거나 없애려하는데, 다른 친구는 그걸 다르게 해석한다. 나의 단점은 친구의 색다른 시선에 의해 장점으로 바뀐다.

“난 네가 부러워.

넌 큰 개도 무서워하지 않고, 사나운 들고양이도 잘 돌보지?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 부러운 것은 부러운 것이다. 뭐 어떠랴, 지면 진 것이다. 지는 것도 이기는 것도 다 괜찮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나 나에게 부족한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 내가 점점 쪼그라지고 못나 보인다. 생각해보면 삶의 시기마다 혹은 만나는 대상마다 부러운 것이 달라지는 걸 알 수 있다. 절대적인 것도 아니고 불변의 것도 아니다. 또한, 내가 부러워하는 친구도 있고 나를 부러워하는 친구도 있는 것이다. 나를 좀더 너그럽고 유연하게 볼 수 있는 힘이 곧 자존감으로 이어진다.




keyword
이전 07화화를 어떻게 만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