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나를 골랐어 # 난 내가 좋아 # 열두 달 나무 아이
#그림책 에세이
# 『내가 나를 골랐어』(노부미 글 그림/위즈덤하우스)
#『난 내가 좋아』(낸시 칼슨/ 보물창고)
# 『열두 달 나무 아이』(최숙희 글 그림/책읽는곰)
가정환경 조사서를 넘겨가며 학생 명부를 작성하는데, 부모 중 한 켠이 비어있는 아이들이 눈에 띈다. 드러난 아이만 봐도 27명 중 7명이다. 부모 이름 대신 할머니, 외할머니, 이모의 이름이 적혀있다. 한 명 한 명 살펴보면서 이 아이들이 충분한 보살핌을 받고 있을지, 앞으로 어떤 힘든 경험을 할지 생각하니 막막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한가득이다.
책을 읽어주거나 이야기를 나눌 때 "엄마", "아빠" 라는 말이 나오면 신경 써서 부모님 혹은 가족이라는 말로 바꾸기도 한다. 교사인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배려인 셈이다. 그래도 한쪽 부모님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사랑으로 키우고 있음에 감사드린다.
흔히 결손가정, 편부, 편모가정이라고 하는 결핍된 환경, 과연 이 아이들의 환경은 누가 만든 것일까? 왜 이 어린 영혼들은 이런 남다른 상황에 내던져진 것일까? 살아가면서 친구들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결핍된 부분을 크게 느낄 텐데,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해갈까?
2020년에 에니메이션 영화 『소울(Soul)』을 인상깊게 보았다. 천상의 세계에서 태어나기 전 영혼들은 지구로 내려갈지 말지, 어떤 개성과 재능을 발휘할지 스스로, 또는 멘토의 도움을 받아 선택할 수 있다.
『내가 나를 골랐어』(노부미) 그림책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태어나기 전의 기억을 갖고 있는 100명의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쓴 책이라고 한다.
“자, 앞으로 하고싶은 일을 골라봐!”
몇 살까지 살고싶은지,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 선택해봐!“
그림책 한바닥 가득 색색으로 반짝이는 재능 구슬들이 보인다.
“자, 너만의 재능 구슬을 선택해봐. 마음에 드는 것이 없으면 직접 적어도 돼.”
사람은 어디까지 선택하고 어디까지 선택할 수 없는 것일까?
어떤 사람들은 부모나 국가 등은 선택할 수 없다고 말한다. 내가 원하지 않는 환경에 태어난 것은 운명이고 팔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영혼의 성장을 위해 스스로 모든 것을 설정하고 선택하여 지구별 학교에 와서 인생이라는 연극 무대를 펼쳐나간다고 한다.
어느 쪽을 받아들이냐에 따라 마음가짐이나 인생의 모양새는 달라질 것이다. 왜 이런 가난한 환경에 태어났는지, 왜 이런 어려운 부모를 만났는지 원망할 수도 있다. 반면에 내 영혼이 필요에 의해 어려운 조건을 설정하고 스스로 선택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면 똑같은 조건도 다르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난 내가 좋아』(낸시 칼슨)의 주인공은 토실토실한 몸매를 가진 돼지양이다. 뚱뚱한 몸매를 가진 주인공 돼지는 참 밝고 당당하다. 자기 긍정감의 표본같다.
자신이 가장 좋은 친구임을 안다.
항상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한다.
기분이 나쁘면 스스로 좋게 만든다.
자신을 돌보고 함께 즐거움을 만들 줄 안다.
예전에 나는 나를 미워했다. 나라고 규정한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고 못마땅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이 나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여 나를 못났다고 미워했다. 그래서 내면이 밝지 못하고 항상 답답했다.
'왜 나는 나를 싫어하고 나를 표현하기를 두려워하지?'
자아의식이 커가면서 나의 십대와 이십대에 끈질기게 나를 붙잡고 있는 화두와 같은 질문이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많은 심리학과 인생에 대한 책을 읽었다. 한편으로는 기독교 신앙에 투철하면서 절대자의 사랑안에서 내 미움의 큰 덩어리를 조금씩 녹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내 안에 단단하게 자리잡은 쓴 뿌리의 정체를 찾아왔다.
존재에 대한 수치심,
'나는 사랑받을 자격 없어.'
존재의 뿌리부터 흔들리니 온전한 나무가 되어 하늘 향해 힘차게 뻗어나갈 수 없다.
마음공부에서는 이러한 마음을 자기 공격성의 살기, 자기 학대 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육체적 자살 이전에 심리적 자살인 것이다.
그 마음에는 생명력의 생생한 활기가 없어 당당한 자기 표현을 할 수 없다.
지난한 시간을 거쳐 나의 모든 마음들을 만나고 왜 그렇게 살아왔는지 이해하면서 비로소 나는 나와 화해했다. 못남도, 잘남도, 미움도, 원망도 다 괜찮다고 받아들인다. 이제는 진흙탕 속의 연꽃으로 활짝 피어난 나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우리 아이들도 그런 마음의 씨앗을 꺠우기를 바라며 그림책을 함께 읽는다.
창체 – 진로 활동 시간이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노래로 분위기를 밝게 만든다.
주인공이 뚱뚱하면서도 유쾌한 성격이 나름 반전이라며 재미있게 몰입한다. 가장 좋은 친구는 바로 자기 자신이며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주인공을 보면서 자신을 어떻게 대할지 이야기 나눈다. 조건이나 환경이 아닌 자기 존재 자체가 소중하고 사랑 그 자체임을 마음에 새기도록 한다.
『열두 달 나무 아이』(최숙희) 그림책에 우리반 아이들 생일에 맞게 이름을 넣어 한 명 한 명 소중하게 읽어준다. 자신의 생일이 들어있는 달의 나무를 주의깊게 살펴보고, 자기 이름을 불러주니 눈을 반짝이며 집중하는 모습이 예쁘다.
오늘 우리반 아이들은 새날을 여는 1월의 동백나무 아이에서 시작하여 흔들림 없이 꿋꿋한 12월 소나무 아이까지 모두 빛나고 아름다운 나무들이 된다.
“나무가 꾸는 꿈이 숲을 이루듯 너희가 꾸는 꿈이 세상을 이루지.
땅 속 깊이 뿌리 내리는 나무처럼 단단하게
하늘 향해 가지 뻗는 가지처럼 자유롭게 꿈을 꾸렴.”
[ 자기긍정감이란 자신이라는 존재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고, 자신은 지금 이대로 좋다고 생각하는 태도다. 그렇기 때문에 장점 찾기는 의미가 없다.]
-- 미즈시마 히로코/자기긍정감을 회복하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