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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 메기매운탕으로 기력 보충

by 무량화 Aug 1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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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유년의 기억 하나.

대전 고모는 출가외인이지만 친정아버님을 극진히 봉양했다.

효심 돈독한 따님은 부친을 위해 당시로는 귀한 육회를 매일 대다시피 했다.

고모는 대전에서 한번씩 내려와 정육점에 미리 고깃값을 맡겨 놓았다.

할아버지는 식사 때마다 정종을 반주로 드셨다.

육회는 정종 안주였다.

조그만 사기 보시기에 담긴 육회는 고신 참기름 내를 풍겼지만 할아버지 안줏감이라 아무도 기웃거리지 않았다.

하긴 생고기를 먹는다는 건 아이들로선 일단 거부감부터 일으키게 했고.

또 다른 안주도 마찬가지였다.

바로 여름철의 붕어찜이었다.

붉은 고추에 파 마늘 생강 등을 고추장에 버무려 얹은, 양념 범벅인 붕어찜은 민물고기 특유의 흙내에다 비린내까지 심했다.


저물도록 동무들이랑 땅따먹기며 사방치기 하다가 달맞이꽃이 넉장의 꽃잎을 푸슬거리며 펼칠 무렵.

된장을 풀고 식초를 떨어뜨려도 잘 잡히지 않던 특별난 내음이 나는 붕어라, 풍로 위에서 끓는 냄새만 도 집에 들어가기가 망설여졌다.


지금 같은 삼복더위엔 육회 대신 생선찜 혹은 탕으로 할아버지 안주를 삼아야 했기에 매일 저녁마다 맡아야 했던 그 냄새.

냉장시설 전무했던 라 보관이 어려운 육고기보다 적당한 안줏감은 내에서 잡히는 붕어 메기 잉어였던 당시다.

서귀포의 여름은 올해도 높은 습도로 저으기 곤혹스러웠다.

더구나 미라 만들듯이 건조한 캘리포니아에서 살다 와서인지 습습한 환경에의 적응이 쉽지 않았다.

늘 상쾌하고 가뿐하게 아침마다 기상했더랬는데 다리가 묵직하니 전신이 찌부드드하기만했다.

후덥지근하면서 습하면 땀이 증발되지 않아 체온조절이 어려워져 온열질환이 생긴다더니만.

그래서 몸이 물에 젖은 솜뭉치처럼 무거웠나 보다.

여름 내내 컨디션이 그 모양, 쾌조를 보인 날이 별로 없었다.

바닷가에 살려면 필히 제습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말이 이제사 이해되기에 이르렀다.

기력이 다운돼 전처럼 칠랑팔랑 나돌아 다니고 싶지 않았던 건, 폭염 때문이 아니라 까닭은 꿉꿉한 습도 탓이었다.

오늘 중앙로터리에 선 기상예보판 수치는 습도 94%를 가리켰다.

그간 염제 기승부리는 초복 중복을 지나며  은근히 민어탕 집을 찾았으나 안 보였고 전복 삼계탕집도 맛이 그저 그랬다.

입추도 지나고 다가선 말복에 때맞춰 원기회복에 으뜸인 보양식을 만났다.

중앙로터리 등기소 부근에 있는 추어탕 집의 특미라는 메기탕이 바로 그 보양식.

동의보감에 이르길 메기는 이뇨작용을 도우므로 몸의 부기를 없애준다고 하였다.

따라서 몸속의 노폐물을 제거시켜 준다는 것.

하여 여름철 복달임 음식 중 하나로 꼽힌다.

사실 메기탕은 처음 먹어본다.

몸체 거무튀튀한 데다 생김새 너부죽하고 입이 큼다막한 메기는 수염까지 달려 왠지 비호감.

바다 생선도 과히 즐기지 않지만 특히 민물고기는 어렸을 때 붕어로 각인된 느낌 탓인지 도통 먹지를 않았다.

하여 대중적인 추어탕조차 입에 댄 지 얼마 안 됐다.

메기탕은 의외로 맛이 칼큼했다.

희고 보드라운 살은 영양도 풍부하다니 살점 넉넉히 내 그릇에 자주 옮겼다.

얼큰한 국물에 식감 쫄깃한 밀수제비도 국자 가득 담아서 훌훌 떠먹었다.

푹신 익힌 시래기와 미나리며 팽이버섯도 수저에 척척 얹어서 먹었다.

입에 수저가 들어갈 때마다 산초잎 향과 들깻가루 구수한 맛이 미각을 한껏 자극했다.

추어탕 집에서 생각잖은 메기탕으로 간만에 몸보신 잘했다.

비 추적거리는 가을날 추어탕 맛도 보러 필히 들러야겠다.

메기탕에 홀려 다른 밑반찬은 맛도 못 봤지만 이 정도 음식 솜씨라면 추어탕도 맛은 보장되렷다.

식당 자그마하나 곰살스런 쥔장 부부는 손수 음식 마련하고 직접 서빙도 하는 등 매우 바지런하고 싹싹했다.

정갈한 추어탕 맛집으로 소문나서인지 식당에는 손님 왁자하니 끓기 질 않고 줄창 들고났다.

한여름 무더위에 지친 기력 보충시켰으니 아자~~~ 이제 가을 맞으러 산으로 바다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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