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김과장 Apr 21. 2024

21일차. 다이어트, 백만번의 실패

난 어릴 때 운동을 제법 잘했다. 어린이 체육단을 했었고,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진 수영선수도 했었다.

수영, 스케이트, 발레, 리듬체조, 태권도 등등 운동을 쉬지 않고 했었다. 그 당시 나는 너무 말라서 막대기 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운동을 했으니 살이 찔 수가 없었다.


12살이 되면서 모든 운동을 그만두었다. 운동에 돈이 많이 든다는  집이 망하고 알았다. 

어쨌든 운동을 그만두고 나니 그때부터 살이 찌기 시작했다. 한창 자랄 나이, 식욕은 넘쳤고 예전만큼 운동은 하지 않으니 걷잡을 수 없이 살이 쪘다. 대학 가면 살이 빠진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스무살, 대학에 가고 나서 살이 빠졌다. 매일 술을 마셔서 뺐다. 하지만 술을 많이 마시니 배가 나왔다. 겉으로 보면 날씬해보이기도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이십년 동안 다이어트를 하는 중이다. 한약 다이어트, 양약 다이어트, 배에 맞는 주사, 식욕억제제 등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었다. 하지만 늘 실패했다. 먹어야 하는 이유를 찾는 건 너무도 쉬웠고 먹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없었다. 힘들다는 이유로 술을 찾았고, 다음날은 해장을 한다는 이유로 밥을 아주 든든히 먹게 되었다.


결혼하기 전 웨딩촬영을 하려고 필라테스를 한적이 있다. 몸무게는 키에 비해 많이 나가진 않았지만, 잦은 음주로 인해 건강한 몸매는 아니었다. 필라테스를 하다보니 욕심이 생겨 제법 열심히 했었다. 하지만 웨딩촬영이라는 동기가 사라지고 나니 운동을 굳이 할 필요를 못 느꼈다. 살을 빼는데는 몇 달이지만, 다시 찌는데는 며칠도 안 걸렸다. 그렇게 요요를 반복하다보니 지금 이 지경에 이르렀다.


아이를 낳고 나니  살을 빼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당장 힘들어 죽을 것 같니 다이어트는 생각도 없어졌다. 거기다 우울증까지.


'내가 이것도 못 먹고 살아야 돼?'


이런 느낌으로 먹고 싶은 건 다 먹은 것 같다. 육퇴 후에 맥주와 매운 걸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먹고 죄책감에 더 스트레스 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현재, 나는 운동을 시작했다. 헬스장을 끊고 주 2회를 가려고 노력한다. 너무 적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로서는 시간을 쪼개어 하는 최선이다. 운동을 시작한 이유는 돼지로 살더라도 건강한 돼지로 살기 위해서다. 아직도 SNS에서 광고를 보면 혹한다.


[다이어트 신약 개발! 운동 없이 한달 -15kg!]


너무도 획기적이지 않은가. 운동 없이 약만 먹으면 된다니. 하지만 다행히 난 이제 그런 광고에 속지 않는다. 몇 백을 쓰고 나서야 깨닫다니.


조금 천천히 건강만을 위해 운동을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밀가루를 줄이는 것도 해보려고 한다. 살을 빼기 위한 다이어트라기보다 건강을 위한.


이 브런치북을 연재하면서 다짐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지만, 1년 뒤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 다시 한번 공유할 수 있길 바라며.

이전 20화 20일차. 방어 기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