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일상
휴일인 크리스마스다.
일본에 처음 갔을 때 신기한 것 중 하나가
크리스마스가 휴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는데
오늘은 크리스마스가 휴일이라는 게
조금 특별하게 다가온다.
오늘 밤은 자그마한 산타와
현관 앞 리스를 치우는 날.
그동안 크리스마스의 설렘을 주었던
아이들에게 감사를
내년에 다시 만나요.
수다 여행에서 에너지를 너무 많이 쏟았는지
집으로 돌아온 나는 한동안 햇반 생활이었다.
그래도 비상용으로 햇반은 있어야 한다며
필요 없다는 나의 말을 뒤로하고
동생이 주문해 두었던 햇반 세트가
이토록 유용하게 쓰일 줄이야.
전자레인지에서 갓 몸을 데운 이 아이가
요 며칠 나를 살려주었다.
날씨가 추워진 요즘,
자그마한 커피포트가 대활약 중이다.
일단 아담한 사이즈가 좋고
다음은 보온이 잘 되어 더 좋다.
날은 춥지만
실내 온도를 조금 낮추고
룸 웨어를 조금 두텁게 입으려 한다.
일본에선 익숙했던 두터운 룸 웨어가
한국에 오니 점점 가벼워졌다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아침에 일어나 다용실의 문을 열면
냉장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지만
여태껏 일상에서 느껴보지 못한
비현실적일 만큼 신선한 공기가 은근 좋다.
온천 여행의 아침 노천탕이 떠오르기도 하고
눈 쌓인 어느 마을의 풍경이 떠오르기도 하고
문을 열고 닫는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나를 다른 세계로 데려다주는 것 같다.
한국에 온 이후 단골집이 하나 생겼다.
런치 타임 오픈 시간에 맞춰 가니
지금 기름을 바꾸고 있는 중이라
조금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 말에
새로운 기름에서 처음 튀겨져 나올
바삭바삭한 감자튀김을 상상하니
얼마나 식욕이 돋던지
기다리는 10분가량의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긴 10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