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일상
동생 방 베란다에도 노렌을 달아주었다.
흔들리는 바람이 없어 그런지
노렌의 소소한 팔랑거림은 느껴지지 않지만
여기까지가 사적인 공간이라는 표시만으로도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 내고 있는 것 같다.
소우소우의 넘버가 집 안 곳곳에서
교토의 아스라한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노렌으로 테누구이로 가방으로
닮은 듯 다른 듯
귀여운 듯 단아한 듯
스쳐지날 때마다
눈길이 닿을 때마다
소소한 기분전환이 되어준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창 너머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한국 생활이다.
첫눈을 기다렸고
다음은 하얗게 눈 덮인 세상을 기다렸다.
그런 날들이 이어졌고
이제 나는 온 세상이
눈 속에 쏙 파묻힌 풍경을 원하고 있다.
눈덩이처럼 부풀어가는 나의 눈 욕심에
출근하는 동생이
출퇴근길 운전자의 고충을 토해내며
현관문을 닫고 사라졌지만,
나의 이기적인 눈 욕심은
좀처럼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