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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커피를 마시다,

끄적끄적

by 우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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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커피를 마셔서 잠이 오지 않는 것인지

잠이 오지 않아 밤커피를 마시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여하튼,

잠이 오지 않는 밤임에는 분명하다.


밤커피에 어울리는 커피잔을 찾다

작가의 작업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얼핏 보면 손잡이가 살짝 불편해 보이는

커피잔을 하나 꺼내 들었다.

얼핏 보면 불편해 보이는

옅은 곡선의 손잡이는

컵을 잡았을 때

엄지손가락은 손잡이 위쪽으로

검지와 중지는 손잡이 안쪽으로

약지와 새끼손가락은 손잡이 바깥쪽으로 두면

(물론 이건 설명서가 있는 건 아니고

자연스레 손잡이를 잡고 나서

그 상태를 체크하면 그렇게 된다)

신기할 만큼 무게감도 덜 느껴지고

손에 착 감긴다.

손잡이는

엄지손가락이 아주 편안하게 올려지도록

그 부분이 작은 날개처럼 살짝 위로 뻗어 있고,

약지손가락이 닿는 부분도

살짝 오목하게 되어 있어

손잡이를 잡고 있는 다섯 손가락 모두가

편안하고 안정감이 있다.


이건 우연이 아닌

작가가 수없이 컵을 만져보고 들어보고

단지 예쁨만이 아닌 편리함까지 추구해

일상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깊이 생각해서 만든 것이다.

그리고

유약의 자연스러운 흘러내림과

유약에 넣었다 건져내며 난 작가의 손자국,

그러니까 컵 아래쪽

양쪽으로 나있는 작가의 손자국에만

유약이 묻어있지 않다.

(컵을 거꾸로 세워 엄지와 검지로

컵의 끝자락을 잡은 느낌)

그래서 같은 디자인의 그릇이라도

똑같은 그릇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이 커피잔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사랑하니까

매일처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문뜩 이 커피잔과 어울리는 때,

(말하자면 오늘 같은 밤이라던지)

그럴 때가 몇 날 이어질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이 커피잔을 집어 들 때면

나는 늘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쩜 작가는 오늘도

온 마음을 들여 커피잔을 혹은 그릇을

빚고 있는지 모른다.

역시

나는 그릇이 좋고 도예 작가가 좋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좋다.

그릇을 생각하니

다시 눈이 반짝반짝한다.

아아,

밤커피를 한 잔 더 내려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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