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일상
나른한 일요일 저녁,
반신욕을 마치고 나와
시원한 우유를 한 잔 들이켰다.
밤에 마시는 우유는 따뜻한 걸 좋아하지만,
목욕 후에는 역시 시원한 우유가 제맛이다.
요즘 우리 집에는 고장 난 것투성이다.
처음에는 디스포저가 고장 나더니
아니다, 시작은 공기 청정기부터였다.
다음은 청소기에, 어제는 전구가 나가더니
오늘은 카메라가 말썽이다.
무슨 작정이라도 한 듯
어쩜 이렇게 차례대로 고장이 나는지.
그다음 고장 날 만한 게 없나 둘러보니
커피 머신, 전자레인지가 있긴 하지만
설마 거기까지 가진 않겠지.
아, 그러고 보니 냉장고도 이상하다.
가전제품들이 연이어 고장 난 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냥 액땜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가전제품의 고장들로
안 좋은 일은 다 떠나보냈으니
앞으로는 좋은 일만 생길 것이라는
뭐 그런 자기 체면 같은.
그나저나 뭐부터 수리에 맡겨야 할지.
일단 전구부터 새로 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