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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n Mar 15. 2020

스물아홉의 인생 배팅 - 피자집 창업

4편. 비전을 정하다_왜 연남동이에요?


거창하게 비전이라고 얘기했지만, 그저 나와 팀의 취향을 되도록이면 많이 때려 박은 공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OBPC가 어떤 공간이고 싶은지, 써보려고 한다.



왜 연남동이에요?

왜 이태원이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스물다섯부터 이태원에서만 4년을 있었다. 덕분에 제법 빠꼼이 냄새가 풍겨보였나보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내가 장사를 시작하면, 자리 잡는 곳은 이태원이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연남동이다. 마음먹기 전까지 다섯 번을 가보지 않은 곳, 연남. 그곳에서 OBPC를 시작하기로 했다.


아무튼 나는 이태원이 감히 조선 피자의 경성이라고 생각한다(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파이프, 매덕스, 보니스, 호머, 브릭스, P.B.A(지금은 없어졌다), 모터시티, 어퍼 이스트, 지노스까지.. 모두 한가닥 한다고 생각하는 집이다.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시길..




1. 여행과 일상의 경계, 연트럴 파크


보스턴 찰스 강의 풍경


보스턴 찰스강의 풍경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들에는 종종 보스턴의 찰스 강이 등장한다.


그것이 찰스 강이다. 사람들은 이곳에 찾아와서 각자의 방식으로 강을 둘러싼 각자의 생활을 보낸다. 그저 느긋하게 산책을 하거나, 개를 산책시키거나, 사이클을 타거나, 조깅을 하거나, 또는 롤러브레이드를 즐기거나 하고 있다. 사람들은 마치 자력에 이끌리는 것처럼 이 기슭으로 모여든다.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연트럴 파크 전경

연남동, 그러니까 '연트럴 파크'로 불리는 곳 역시 찰스 강과 닮아 있었다. 추위가 한풀 꺾이고, 코끝으로 바람 냄새가 스쳐가는 4월이 되면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하나, 둘 거리로 나온다. 뜨거운 여름을 지나 다시 추위가 본격적으로 우리를 덮치기 직전까지 잔디에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누군가는 버스킹을 하고, 누군가는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누군가는 돗자리에 앉아 삼삼오오 그 순간을 즐긴다.


연트럴 파크의 밤

여행만큼 설레지는 않지만 동네 밥집보다는 설레는 곳, 그래서 연트럴 파크가 있는 연남동으로 정했다. '공원'이 그렇다. 일상의 공간을 조금은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곳이라서. 여행까지는 아니더라도, 소풍 정도는 될 수 있어서.


혹시나(정말로 혹시나) OBPC가 다른 공간에서 손님을 만나게 된다면 나는 강이나, 호수, 그리고 공원 근처에만 차리고 싶다. 로고 디자인과 인테리어를 준비하고 있는데 강, 호수, 공원을 표현하고 싶어서 블루와 그린을 키 컬러로 넣었다.(너무 TMI인가..? 브런치니까..)

블루와 그린


2. 목적이 '일(work)이 아닌 곳', 연남동



나는 '이동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동'하는 이유의 대부분이 '일'때문이라서 좋아하지 않는 것인지, 혹은 이동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거의 모든 '이동'이 '일'을 위한 것인지 이제는 잘 모를 지경이다. 아무튼, 일 때문에 어디를 가야 하는 건 상당히 슬픈 일이다.


일하러 가는 곳이 아니었으면 했다. 좋아하는 사람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굳이 애를 써서 오는 곳, 일상과 잠시나마 분리될 수 있는 곳, 나는 그게 연남동이라고 생각했다.



신당동의 언더 오챠드, 그리고 경리단길의 서울 루덴스

언더 오챠드, 신당동
서울 루덴스, 경리단길

술 좋아하지 않는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 년에 몇 번이고 찾는 곳이 있다. 신당동 언더 오챠드, 그리고 경리단길 서울 루덴스.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때면 어김없이 찾는 곳이다.


두 공간을 떠올리면 괜히 몽글몽글한 기분도 함께 찾아온다. 2017년, 2018년, 2019년.. 차례차례 지난 기억들이 당시의 감정과 함께 찾아온다. 그래서 나는 오챠드와 루덴스가 좋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나의 오챠드와 루덴스처럼 존재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 아무튼 소셜을 만들었다. 비로소 시작이라는 실감이 든다. 스타트라인에 선 기분이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obpc.seoul



3편. 왜 한입이에요?

2편. 왜 하필 피자예요?

1편. 왜 하필 지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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