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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오늘의 시 29화

눈으로만 보아 가는 사람은 진정 꽃에 마음이 있는 거다

지금의 향기를 그대로 지닌

by 현정아

눈으로만 보아 가는 사람은 진정 꽃에 마음이 있는 거다


현정아


낮은 모퉁이 산책길을 돌아

혼자만의 시간이 이토록 즐겁다니

4월의 햇살이 따사롭다

보폭에 드리운 바람이

햇살의 향기를 심어 내리고

보드라운 마음

길가에 앉은 꽃처럼

뽀얗게 피어난다


눈으로 만나 마음으로 읽히는 길

꽃과 나무가 아름다워 황홀해진 맘


나에게로 고개를 들어

포근한 꿈처럼 빛나 갈 일


보아갈 때마다 아우라가 퍼진다

소중하게 바라보는 마음

눈으로 닿는 내내

그들도 소중하게 나를 바라보기에

눈으로만 보아 가는 사람은 진정 꽃에 마음이 있는 거다




어제 점심시간에 직장 근처 공원을 돌았어요.

20분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나와 걸었지요. 나무 사이로 햇살은 유연하게 흘러요. 걸어가는 나를 따사롭게 비춰요. 여기저기 봄꽃, 풀꽃, 나무들이 아름답네요.

그만 황홀해져요.

자연의 빛깔은 언제 보아도 자연스러운 탄성을 뒤따르게 하네요.

벚꽃은 벚꽃대로 꽃비를 나리고 연한 이파리가 몽글거려요.

제비꽃의 앙증맞은 인사가 나를 앉게 해요. 보랏빛 꽃물이 어찌나 예쁘던지요.

나비가 날개를 활짝 펴듯 꽃잎을 벌려 햇살을 맞는 민들레의 이야기가 정겨워요.

지금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행복이지요.


충만한 봄을 즐겨요.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만나요.

“눈으로만 보아 가는 사람은 진정 꽃에 마음이 있는 거다.”

산책길 나에게 던진 말이에요. 이 말을 얼른 나에게 카톡으로 보냈지요.

꽃을 꺾거나 밟지 않아요. 그대로 보아가요.

마음으로 읽고 싶어서요.


꽃은 꽃으로 풀꽃은 풀꽃으로, 나무는 나무로.

자연스럽게 그대로요.


오늘이기에 가장 기쁜 순간이 흐르네요. ‘날마다’는 가장 기쁜 오늘이었어요.

자연의 흐름 안에 이어진 연결된 힘이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해 보아요.

어려운 일들 안에서도 시절 피어나는 저 꽃잎처럼,

나무처럼 소리 없이 피고 지는 힘을 지녀 고운 향기 품어가는 아우라를 만들어 가고 싶네요.

어디에서나 고운 향기, 서서히 스며드는 사람으로 번져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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