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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며 사는 법

열어 내다

by 현정아

김종원의 『나를 지키며 사는 법, 그린하우스』 - 삶을 괴롭히는 고통의 바다를 건너는 5가지 힘


우주에서 보면 나는 그저 먼지와 같은 존재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우주도 먼지와 같은 존재다. 내 아픔과 슬픔, 불안을 괜히 멀리서 바라보거나 거대한 존재로 희석해서 지울 필요는 없다. 내게는 내 아픔이 가장 소중하니까. 지금 아파하지 않으면 언제 또 아파할 수 있을까?

‘나, 왜 이렇게 힘들까?’라는 고민에 푹 빠져 마음껏 힘들어하는 시간도 인생에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아프면 아프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말하자.
그래야 내가 나를 위로할 수 있으니까.


프롤로그


삶의 의미를 잃어가는 그대에게

그대는 무엇으로 질문을 자주 받는가?
어떤 질문에 힘들어 고통받는가?
그대가 자주 받는 질문과 고통이 바로 그대의 일이다.
P.24

소소한 독서로 빛나는 하루는 나의 마음을 놓이게 한다. 글귀로 전해지는 가장 큰 위안은 나의 마음을 보듬고, 나 스스로 그러한 사람이 되고 싶은 열망 같은 것을 품어가게 한다. 삶에서 만나가는 풀기 힘든 숙제와도 같은 일들은 산등성이를 내내 오르는 것만큼 숨이 차다. 무언가에 허덕이는 경우 그 안에 쉽게 묶이고 휘둘리지 않을 내가 되고자 한다. 현실에서의 어려움을 책으로 소화한다. 정신이 가다듬어진다.


어떤 날은 ‘그래서 어쩌라고.’ 정신 그대로를 품게 한다. 이미 일어난 일 앞에 내가 할 수 있는 일만큼만 다가가는 여유를 가지려 한다. 얽매이고 걱정한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해결해 주니 조금은 천천히 기다려 본다.


이 책은 이순신의 삶을 연구하여 이순신 장군이 지켜낸 삶을 돌이켜 보게 했다. 『나를 지키며 사는 법』은 이순신 장군의 삶 속에 녹아든, 일상에서 안아갈 철학에 대한 깊이를 엿보게 하는 책이다. 자신의 삶을 지킴과 동시에 주변도 아름답게 만들어낸 사람이다.

『난중일기』에 나타난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기품을 배워간다. 소소하게 기록된 일들로 그의 생각을 읽는다. 거창함이 아닌 사소함에서 오는 온통의 정신은 나 자신을 이끈다. 내가 하는 자그마한 사색과 성찰,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열어 준다.

그렇게 읽어가는 순간이 좋다. 다 실천할 수 없지만 공감되는 것들을 통해 배워지는 것으로 나는 한 단계 성장해 가는 기분이다. 무언가를 다시 알아가는 사실이 이토록 좋을 수가 없다.


짧은 일기 안에 그의 사색과 더불어 사람을 대하고 이해하는 기품,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 알 수 있게 하는 일관된 언행이 참으로 고귀하다고 느껴졌다. 전쟁에서 이긴 것도, 멋지게 승리를 쟁취한 것도 강한 것이 아니었다. 오롯이 자신을 견딘 이순신 그 자신의 삶이 실제로는 더 강한 것이었다.


25일 맑다. 오후 2시. 하인이 실수로 불을 내는 바람에 대청과 수루 방에 옮겨 붙어 장편전(긴 화살인 장전과 아기살인 편전을 말함) 2백여 개가 모두 다 타버렸다. 군량, 화약, 군기가 있는 창고에는 불이 붙지 않았지만, 그저 바라만 봐도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다.
p.17


하인을 질책하기보다 그 상황에 아파하고 슬퍼하는 모습이 글을 통해 나타난다. 실수를 실수로 보아 지금의 상황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홀로 아픔을 달래는 것이 기록으로 나타난다. 책에서는 깊고 두꺼운 시간의 고독을 스스로 안아간 사람이 이순신의 삶이라 했다.


전쟁의 기록이라기보다 시대의 일상 안에 일들을 조금씩 기록한 것으로 그의 삶을 더 잘 들여다보게 된다. 특히 날짜와 날씨를 함께 적어 그날을 기억하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왔다. 날씨와 시간과 일자는 당시에 상황과 맞물려 같이 가고 있는 존재였다.

초반에 언급했던 질문이다.


그대는 무엇으로 질문을 자주 받는가?

어떤 질문에 힘들어 고통받는가?

그대가 자주 받는 질문과 고통이 바로 그대의 일이다.


그 자신을 오롯이 견디는 만큼 헤아릴 마음은 스스로 던진 질문으로 말미암아 나오게 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어려움 앞에 어떤 질문들을 만들어, 내게 줄 것인가? 질문하는 삶이 필요한데도 질문을 던지지 않았던 게 더 많았다. 해결하기 위해서, 내 삶을 더 나아지게 하려고, 성장하기 위해서 던지는 질문들은 나여야 한다. 질문에 답하는 것은 자기와의 탐색 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독은 그리 슬픈 것은 아니다. 나로 온전해질 고독.


나의 고독. 외로움. 어둠 안에 조용한 빛을 틈타 느낄 고요.

그것은 외로움이 아닌 자신에게 온전해질 집중이다. 그런 고독이야말로 이 세상에 있어야 할 시간이다. 나로서 온전해질 시간에 나는 무슨 생각으로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인가?


거창함을 좇기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질문으로 단서를 만들고 그 단서가 헤쳐나갈 지금을 만든다. 혼자의 시간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나로 만들어갈 시간이라 여겨졌다. 한산섬 달 밝은 밤 외로이 배 위에 앉아 백성을 생각하고 고뇌하던 그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그가 자신에게 있어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자신과의 싸움
비가 올 것처럼 날씨가 흐리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생각하며,
혼자 배 위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나처럼 외로운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p.18

기품을 배운다. 같은 일상을 반복하지만, 그 일상을 허투루 생각하지 않았다. 유연한 고독 안에 삼킨 그의 강인하지만 어쩌면 가장 여린 면모를 지켜본다. 그 안에 흐르는 기품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자신의 아픔을 자신에게 말하고 누구보다 백성이 아픔을 가장 깊게 가져간 그다.


누구나 좋아한다. 그를, 그의 기품을. 억지로 나오는 것이 아닌 자신을 지켜낸 마음 다함이었다. 가장 외로운 사람이지만 가장 외롭지 않은 그이다.

고독한 이가 남긴


가장 고독했던 사람이
다시 누군가를 고독하게 만들 수 있다.
p.17
가장 고독했던 사람이 그 고독의 가치를 세상에 전할 수 있고,
그 가치를 세상에 전할 수 있고, 그 가치를 알아본 사람들로 하여금
자정해서 고독에 잠기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p.18
인생은 결국 혼자라는 사실을 알아야
고독의 힘을 알 수 있고,
나를 믿고 사랑하는 사람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다.
p.19


와닿은 문장 앞에서 나는 내내 머문다. 마음이 꿈틀댄다. 따스함이 안긴다. 그의 마음을 지금에서도 알 수 있음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보아감이다. 보지 않아도 느껴감이다. 나도 그리 되고 싶은 신뢰이자 소망이다.


실천해야 할 것은 가슴에 담고,
기억해야 할 것은 글로 남기자.
p.19

『난중일기』를 통해 기록의 중요함을 알게 된다. 기록으로 나를 세운다. 남긴 것들로 나의 삶을 지켜야 함을 깨닫는다. 그래서 기록이 나를 알아가는 것이기에 그 사실을 아는 것으로도 기쁘다. 마음이 자꾸만 충만해진다. 글 하나에, 문장으로 다가가. 글 하나에 문장을 품는다.


나의 이야기.

나의 생각.

나의 기쁨.

온전해질 시간.

그렇게 오늘도 독서를 탐해 가다.


실천을 가슴으로, 기억은 글로




죽고 사라진 다음에는
아무리 멋진 생각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살아 있을 때 네가 살아야 할 이유를 세상에 보여줘야 한다.
p.20

죽은 것들은 연약한 바람에도 날아가지만,
살아 있는 것들은 거센 태풍과 손을 잡고 함께 전진한다.
p.20


- 다음 이야기는 1장 기품, 부르지 않아도 사람을 이끄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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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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