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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 흔들리지 않고 사는 힘

가져가야 할 것에서 취할 삶의 태도

by 현정아

2장 관점, 흔들리지 않고 사는 힘


내 인생의 방해자는 언제나 나 자신이었다.


인생을 살면서 주어진 일에서, 해내야 할 일에서, 부딪히는 일들 사이에서 맞닥뜨리는 순간마다 스스로 답을 찾기까지의 수고로운 경험.


이것은 망망대해에 배를 타고 나가, 잔잔한 파도에서부터 거친 파도에 휩쓸리기며 버티고 이겨내기 위한 방향키를 쥐고 있는 것과 같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 단정하며 흘려보낸 것들은 침몰한다.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다. 삶은 숙제와도 같기에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쉬운 것도 있으나 어떤 날은 도저히 머리를 싸매도 풀리지 않는 일들도 많다.


그럴 때 나는 어떻게 나를 지키며 살았을까?


경험과 조언, 태도와 실천, 배워감과 배워냄 사이에서도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사이마다 나 자신이 존재한다. 결국 모든 것은 나로부터 생긴다는 것. 내가 거기 있었기에 어떤 일이 주어지는 것이다. 처음부터 강인한 마음을 가질 수는 없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인생에서의 관점과 경험들이 그것을 풍부하게 만든다.


『나를 지키며 사는 법』 2장에서 다루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흔들리지 않는 관점에서의 실천 방법을 눈여겨보게 된다. 처음부터 강인함을 가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삶의 자세에서의 축적된 일들이 모인 것들로 길을 만들고 터를 닦은 것이다.


“내 인생의 방해자는 언제나 나 자신이었다. 내가 쌓고 내가 파괴하며 살았다.”
“그걸 인정해야 변할 수 있다. 누구도 당신에게 강제로 오늘을 살게 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책임진다.”
p.58


이순신 장군의 조언에서 스스로 선택한 삶의 기준이 보인다. 갖은 어려움 안에도 올곧은 그의 성품을 지금에 이르러서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시대가 남긴 위대한 그의 정신이 계승되어 남긴 발자취이다. 우리는 전장에서 승리한 결과를 보기보다 스스로 철학적 삶을 차곡차곡 쌓아간 일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철학을 가진 사람의 일상은 그냥 사는 사람과 다르다.
p.58


봄이 찾아오고 겨울이 와도 이순신 장군은 백성과 나라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를 변함없이 가져갔다. 그것이 변하지 않는 목표이자 그가 간직한 철학적 삶이라 일컫는다. 어떤 어려움이 와도 휘둘리지 않을 강인한 소신이 된다. 철학은 내가 지어야 한다.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나의 방향을 이끌 일들이 쌓인 것들이 삶에 대한 태도와 관점을 이루어간다.


날마다 나는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책을 읽으며 알아낸 문장들이 기막히게 다가오면 나는 그 앞에서 흥분된 마음을 어찌할지 몰라 부리나케 좇아간다. 생경한 단어를 보는 것도, 보았던 단어지만 정확한 뜻을 찾기 위해 사전을 펼치는 일들도 단어와 단어 사이에 나를 잇는 다리가 된다. 좋은 문장들이 나를 살린다는 것은, 좋은 마음을 채워 넣는 일이다. 따라 쓰는 글귀로 다시 읽어간다.


그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는 내일을 준비한다. 지금 하는 일들로 나는 지금을 살아간다. 그것이 소소한 나의 철학이다. 책을 읽으면 마음이 좋고 사고가 유연해지면 스스로 단단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일도 용기 있게 할 수 있게 된다. 무엇이든 탓하지 않고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작은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정성 어린 마음을 갖게 한다. 그것이 독서가 주는 힘이다.


이순신 장군의 관찰 능력은 아마 최고봉일 것이다. 매일 주변의 작은 일들도 관심을 가지어 살피고 매사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자신에게서 물어가니 그 자세야말로 흔들리지 않는 관점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었나 보다.


매일 돌아보는 삶.

작은 일도 적어 가는 삶.


그것은 바로 일상의 기록이었다. 타인을 향하기보다 내면의 나와 나누는 대화는 뭐니 해도 기록이라는 것. 시대를 막론하고 중요시되는 부분이지 않을까. 기록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글, 사진, 그림, 만들기, 수집 등. 나를 기록하는 일들은 삶을 이루는 방향이 되고 지금의 나를 차곡차곡 만들어간다고 믿는다. 잘 쓴 글만이 기록이 아니다. 한 문장이라도 보탠 하루의 일과가 어제와 내일을 이어가게 한다.


중심을 잡아야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다.
p.60


세상이 주는 일들에서 현명한 선택은 언제나 1%의 몫이라 한다. 80%는 후회할 순간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19%는 후회하며 산다고 한다. 철학을 가진 사람 1%는 분노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남을 비난하기보다 다시 분야에서 브랜드를 가지고 자유로운 삶을 산다고 한다.


나는 철학적 사람인가?


문제가 생겨 갈등이 생기면, 남의 태도가 불량하다고 해서 나의 기분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은 곧 나도 그런 사람이 되는 것과 같다. 주변을 탓하고 싸우고 헐뜯기보다 주어진 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먼저 찾아가는 일들이 더 현명한 일인지도 모른다. 에너지의 깊이를 달리하는 것. 내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큼 나는 그곳에서 성장한다.


다른 세상으로 갈 기회는 언제나 존재한다.
세상의 파도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그대의 철학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라.
p.61


이순신 장군은 누명으로 옥에 가치나 끝까지 왕에게 충성을 다한다. 백성을 향한 마음이 그것이라 여겨진다. 보잘것없는 것에도 시선을 두는 근원적인 힘은 따뜻한 마음임을 알게 되었다. 왜적을 타이르고 작은 일에도 관심을 두고 돌아보는 마음. 왜적이라고 해서 무조건 죽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그의 마음을 읽는다.


1596년 12월 14일 일기
맑다. 경상수사와 여러 장수가 합포로 나가 왜놈들을 타일렀다.
p.62
가장 순결한 시선이 가장 지혜로운 답을 준다.
p.63

생각이 순결했기에, 섬세하고 순수했기에 주변을 생각하는 마음이 돋보인다. 기품이 있으나 사치가 없으며 지성을 갖추고 있어 본인의 공을 자랑하지 않는다. 빠르게 손에 쥐려 하면 오히려 잃는다. 가장 순결한 시선에 답이 머물러 있다. 나는 어떤 답을 가지고 있을까? 어떤 일이 일어난 순간에 과연 순결한 시선을 가져갈 수 있을까?


마음을 열어야 보인다. 말이 통한다는 것은, 생각하는 바와 관점이 같거나, 마음이 통하는 것에서 느낄 수 있는 말이다. 관점이야 같을 수 있지만, 실제 마음이 통한다는 사실은 살아가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다. 마음이 통한다는 말은 이유 없이 느껴가는 것이다. 바람도 탓도 없이 그대로 안아가는 것이라 여겨진다.


마음을 치유하는 세 가지 삶의 재료
p.68


이순신이 실천한 세 가지 삶의 재료 중 하나는 바로 ‘독서’였다. 만약 불편한 상황과 만난다면 어수선한 마음을 다스리기에 독서만 한 것이 없다. 그러나 읽고 읽는 눈과 생각을 하나로 합치기는 어렵다. 눈으로 읽으나 머릿속은 다른 생각으로 뒤죽박죽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어지러운 마음일 때 독서라니. 이순신 장군은 어떤 마음으로 책과 마음을 나눴을지 엿보고 싶다.

나도 책을 좋아하지만, 상황에 집중도가 다르고 받아들임의 정도가 다르다. 파도처럼 휩쓴 일들을 독서로 다스렸다니 결국 모든 것은 지나가는 것이 맞나 보다.


다른 하나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욕심은 오히려 독이 된다. 관직에 연연하지 않고 억울한 일에 복수를 하지도 않았으며 복직을 희망하거나 아첨하지 않았다. 분수나 분노, 욕심은 실로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마지막 하나는 ‘상황을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최대한 긍정의 시선으로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현명하게 대처한 그다. 나도 그대로의 시선으로 보아가려 하지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마음을 치유하기에 적절한 삶의 재료를 잘 섞어 나의 것으로 가져가 보련다.


시작은 힘들겠지만, 내일의 나와 협상하는 것을 그에게서 배운다. 주변의 것과 협상하기보다 가장 먼저의 나를 나와 협상하여 일치시키자. 가끔 두렵고 고되어 쉬고 싶어도 괜찮다. 그대로의 시선으로 가져갈 마음을 지니며 된다. 내일은 새로움이지만, 지금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관점, 흔들리지 않을 나를 위하여.


내가 가장 만나기 힘든 사람은
시대의 지성도, 어떤 삶의 대가도 아닌
내일의 나다.

내일의 나를 만나기 위해,
오늘의 자신을 섬세하게 바라보라.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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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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