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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Kim Nov 23. 2021

자폐 아들에게서 배워야 할 것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건 많이 힘들다. 특히 자폐를 위시한 발달 장애인의 경우 비자폐인들이 본능적으로 배우는 발화, 눈 맞춤, 친구 사귀기, 함께 놀기 등 기본적인 것조차 별도로 가르쳐야 하기에 부모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부모의 노력과 전문가의 치료를 통해서 이를 배울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부단한 노력을 하고 억만금을 들여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꽤나 있다.  


감사하게도 아들 태민이는 가르치고 이끌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는 험난했던 지난 5년간의 미국 생활을 버티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이자 원동력이었다. 매 월 테라피 센터에서 보내는 수백 불짜리 청구서들은 나를 숨 막히게 했지만, 가르치고 돈을 들이면 되는 아이인 걸 아는데 어떻게 이를 포기할 수 있을까? 신분과 금전적인 어려움으로 다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커질 때마다 아이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변화를 보여 주었고 우리 부부도 새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다른 아이들도 (아마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는 걸 생각하면 맥이 빠질 때도 있지만, 그때마다 비교하려는 충동을 의식적으로 배제하면서 아이의 성장에만 주목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 중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태민이를 데리고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작년만 해도 힘이 달려 오르막길을 오를 때마다 몇 번씩 쉬곤 했는데, 요새는 가장 험한 오르막을 오를 때를 빼고는 별 표정의 변화도 없이 슥슥 페달을 밟아 올라간다. 신나게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면서 '1년 새 힘이 많이 좋아졌구나, 최근 몇 달간 보낸 트레이닝 센터가 효과가 있구나' 싶다가도 시간당 100불에 달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마음이 살짝 복잡해지기도 했다.

 

자전거를 다 타고 집에 가는 길. 살짝 옆으로 기울어진 비탈길에서 아이가 탄 자전거가 비틀거리더니 와락 넘어졌다. 보는 순간 한두 군데는 긁히겠구나 싶었고, 달려가는 와중에도 아이가 간신히 빠져나와서 울거나 평소처럼 자전거를 버리고 뛰어가버릴 거라 생각했다. 


태민이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어나 혼자 자전거를 일으키더니, 천천히 페달을 밟아서 다시 달려 나갔다.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눈가가 살짝 뜨거워졌다.

이전보다 훨씬 더 컸구나.

너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하구나. 


실패를 두려워하고 어려움에 맞닥뜨렸을 때 피해 갈 생각만 하는 나. 아들 태민이에게 배울 것이 생김에 그저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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